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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 입구서 벌어진 납치 살해극

입력 | 2023-04-03 00:00:00

지난 달 29일 오후 11시 48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납치 사건 모습.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단지 앞에서 밤늦게 귀가하던 40대 여성이 괴한들에게 납치돼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납치범 3명은 범행 42시간 만인 지난달 31일 오후 경찰에 모두 체포됐지만 피해자를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유기한 후였다. 경찰이 공개한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바닥에 드러눕듯 버티며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여성을 괴한들이 끌고 가 차에 태우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피해자는 “살려 달라”고 소리치며 몸부림을 쳤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납치 발생 장소가 강남 한복판 700채 규모의 아파트 단지 입구다. CCTV 영상을 통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소에서 납치 사건이 벌어졌고, 살인으로 이어졌다. 범행 시간이 자정에 가까운 무렵이었다고는 하나 서울에서도 상시적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하니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목격자의 112 신고가 신속히 이뤄졌는데도 피해를 막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며 시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 사건이 발생한 지 3분 후 “수상한 사람들이 여성을 납치하는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사건 발생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범행 차량번호를 특정했다. 그러나 범행 차량 일제 수배령을 내린 건 다음 날 0시 56분이었다. 신고자가 말한 차종이 달라 확인하느라 늦어졌다는 것이다. 납치범들은 피해자를 차에 태운 후 대전 인근에 도착할 때까지 차를 바꿔 타지 않았다고 한다. 좀 더 일찍 수배령을 내렸다면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 늦었다고는 하나 범행 발생 1시간 10분 만에 일제 수배령이 내려졌는데 범행 차량이 어떻게 검문을 피해 대전까지 갈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코로나 봉쇄 해제와 함께 외부활동이 늘어나면 범죄도 덩달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납치·감금 사건만 해도 서울 강남에서만 최근 2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헤어진 여자 친구를 강제로 차에 태워 경기 김포시 자기 집에 데려가 감금한 남성이 붙잡혔다. 2월 말엔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피해자를 폭행한 후 납치한 남성 2명이 체포됐다. 민생 치안에 큰 구멍이 난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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