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단이 산업지도 바꾼다] 〈1〉 바이오기업들 몰리는 美보스턴 바이오테크 클러스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인근 켄들스퀘어는 대학 연구소와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 스타트업 연구개발(R&D) 센터, 벤처캐피털(VC)이 밀집돼 있어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제곱마일’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보스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 건물은 MIT(매사추세츠 공대) 소유이고 이웃 사무실에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 아래층에는 바이오 벤처캐피탈(VC)이 입주해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바이오텍 클러스터 LG화학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에서 만난 노지혜 상무는 “대학-기업-금융이 결합한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의 특징을 이 건물 하나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LG화학은 2019년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로 보스톤에 이노베이션 센터를 세웠는데 이후에도 유수의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보스톤에 속속 진출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바이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강조되면서 보스턴 중심지인 ‘켄달스퀘어’를 넘어 시 외곽까지 첨단 연구소가 들어서고 있다. 이를 두고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몰려갔던 것을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온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원조’ 격인 바이오젠의 숀 제문덴 수석 매니저는 “보스턴 바이오 생태계에선 대기업, 스타트업, 대학이 끊임없이 도움을 주고받는다. 바이오젠 역시 기후변화 관련해 최근 하버드대 및 MIT 연구소와 각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했다.
바이오젠이 MIT 옆 공터에 설립된 배경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완화가 있었다. 1970년대 지자체 차원에서 윤리 논란이 일던 DNA 실험을 허용하자 노벨상 수상자 필립 샤프 MIT 교수 등이 1978년 바이오젠을 공동 창업하면서 생명공학 기업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1980년 제정된 ‘베이-돌 법’으로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은 경우에도 연구자가 특허를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산학 공동 창업 붐이 일었다. 지금도 미 국립보건원(NIH)은 매년 30억 달러(약 4조 원)를 보스턴 기반 바이오 연구에 쏟아 붓고 있다.
정신건강 관련 신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센소리움의 김진우 수석 컴퓨테이셔널 생물학자는 “보스턴은 워낙 다양한 스타트업이 많아 미생물 분야 전공에서 데이터분석 같은 정보기술(IT) 분야를 접목해 가며 원하는 연구를 확장할 수 있었다”며 “한국계 박사들도 보스턴으로 몰린다”고 말했다.
바이오산업에 특화된 벤처캐피털(VC)도 클러스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전문가들은 실패 확률이 비교적 높은 바이오 산업에 긴 안목을 갖고 투자하는 환경과 문화가 보스턴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1년 방문해 유명해진 VC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의 경우 창업 전 단계부터 성장을 돕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코로나19 백신으로 주목받은 모더나도 이 곳에서 탄생했다. 로버트 부데리 MIT 테크 리뷰 전 편집장은 “학생, 창업자, VC 등이 ‘멘토십’을 통해 교류하며 시너지를 내는 게 보스턴 바이오 혁신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보스턴=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