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前대통령 첫 기소 ‘폭풍전야’ “트럼프는 죄 없다” “처벌 받아야”…찬반 지지자들 길거리서 고성 트럼프 기소후 보수진영 결집…캠프 후원금 하루 새 400만 달러
엄지 치켜든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을 나서면서 카메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뉴욕 지방법원에 출석해 혐의에 대한 인정 여부를 밝히는 ‘기소 인부 절차’를 진행한다. 웨스트팜비치=AP 뉴시스
1776년 건국 이래 처음으로 기소가 결정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4일 뉴욕 지방법원 출석을 앞두고 미 전역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경찰(NYPD)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의 소요 사태를 대비한 비상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캠프에 후원금이 쏟아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야당 공화당도, 집권 민주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 4일 트럼프 출석 앞두고 ‘폭풍전야’
뉴욕 대배심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형사 기소해야한다고 결정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앞에 취재진들이 텐트를 치고 대기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경찰(NYPD)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건물을 바리케이드로 에워쌌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후 법원으로 이동해 오후 2시 15분 판사 앞에 서서 ‘성추문 입막음’ 의혹 등과 관련된 자신의 혐의를 통지받고, 이에 대해 유무죄 주장을 밝히는 ‘기소 인부 절차’에 참석한다. 중범죄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방법원으로 이동할 때 수갑을 차야 하지만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생략될 것으로 전해졌다.
● “하루 새 후원금 400만 달러”…반격 나선 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기소 결정을 정치적 반격의 계기로 삼고 있다. 변호인단은 재판지를 현 맨해튼 지방법원에서 같은 뉴욕 내 스태튼 아일랜드로 옮길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은 보도했다.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맨해튼보다 공화당 지지세가 존재하는 스태튼 아일랜드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보수 진영은 기소 결정 이후 결집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기소가 결정되던 당일 24시간 동안에만 400만 달러(약 52억 원)에 이르는 정치후원금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금액의 25% 이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기부한 적이 없는 ‘첫 후원자’로 파악됐다고 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야후-유고브가 지난달 30, 31일 공화당을 지지하는 미국 성인 10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2%로,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1%)를 두 배 이상으로 앞섰다.
2020년 미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집중 보도하면서 사실상 ‘친(親)트럼프’ 방송을 해온 폭스뉴스 또한 위기를 맞게 됐다. 폭스뉴스는 앞서 기표기 제조업체 ‘도미니언’이 제기한 16억 달러(약 2조800억 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 재판을 기각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그러나 트럼프 기소 결정 다음 날 미 델라웨어 고등법원은 재판을 예정대로 17일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NYT는 트럼프와 폭스뉴스를 ‘정치의 쌍둥이 거인’이라고 칭하며 “서로 결합해 정치를 바꿔놓은 두 세력이 각각 형사 기소(결정)와 민사 재판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