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산불 축구장 20개 면적 불타 120가구 대피… 5시간만에 진화 충남 홍성선 산림 300ha 피해 9일째 건조특보… 강풍타고 확산
2일 하루 동안 전국 34곳(오후 8시 현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왕산 산불 현장에 투입된 산불 진화용 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도심에 있는 종로구 인왕산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인근 주민과 휴일 봄나들이를 즐기던 시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산불로 축구장 20개에 이르는 산림 14ha(헥타르)가량이 불에 탔다. 건조한 날씨로 2일에만 충남 홍성군, 대전 등 전국 34곳에서 동시다발적 산불이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계 부처에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산불 진화와 예방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 “잠옷 차림으로 주민센터 대피”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종로구 부암동 주민센터에 잠옷 차림으로 대피한 김모 씨(58)는 “산불을 보고 심장이 뛰어 집에도 못 돌아갈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포근한 날씨에 봄나들이를 나왔던 시민 중 일부도 긴급 대피했다. 인왕산 자락에 있는 목인박물관을 찾았다가 부암동 주민센터로 급하게 대피한 박혜자 씨(73·서울 용산구)는 “박물관 입구에 도착할 즈음 불길이 치솟으며 연기가 났고 얼굴에 화기가 느껴졌다”고 했다. 개미마을 주민 김재식 씨(82)는 “다리가 불편해 집에 있는 통장만 겨우 챙겨서 나왔다”고 말했다.
● 2일에만 전국 34곳에서 산불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선 산불이 축구장 420개 면적인 약 300ha를 태워 소방 당국이 밤샘 진화에 나섰고(위 사진), 전북 고창군 상하면 송곡리의 한 야산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홍성·고창=뉴스1
산림 당국은 초당 11m에 달하는 강한 바람으로 진화에 어려움이 계속되자 오후 1시 20분경 인접 지역의 가용한 소방 인력과 장비를 모두 동원하는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산림청과 충남도 소방 당국은 헬기 18대와 장비 67대, 소방인력 1384명을 동원해 밤샘 진화 작업을 펼쳤다. 세종과 충북, 경기지역 소방차량도 동원됐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오후 7시를 기해 충남도청 전 직원 동원령을 내렸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홍성=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