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아파트 단지 입구 옆에서 한 남성이 여성을 끌고 가 차에 태우려 하고 있다(원 안).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청부살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3일 이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폐쇄회로(CC)TV도 많고 보안이 철저한 지역이라 (피의자들이) 뜻한 바를 쉽게 이루기 어려워서 두세 달을 미행한 것 같다”며 “그런 와중에 도저히 빈틈이 없다고 생각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수법이 굉장히 대담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목격자가 있음에도 그와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건데, 그만큼 절박하게 피해자를 납치할 수밖에 없는 어떤 사정(이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납치범이 서로 알고 지낸 사이라면 이러지 않을 것 같다. 피해자와 납치범들이 안면이 없고, 빈틈을 노리기 어려운 관계였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뉴스1
공범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직접적인 가해 행위를 한 2명 말고, 그 배후에 있는 사람들과 피해자는 이미 알고 있던 사이였던 것 같다”며 “그 배후가 몇 명인지, 어디까지인지 수사해야 나올 것”이라고 했다. 피의자 신상 공개 논의와 관련해선 “3명의 신상을 모두 공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사건은 계획범죄로 볼 수밖에 없다. 일반 여성들을 대상으로, 불특정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 사건하고는 질적으로(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지역에 있는 주민들은 절대 불안해하지 마시라. 굉장히 안전한 사회다. 이 사건은 어떤 특정한 관계에 의해서 일어난 거라 일반 시민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어 “차량의 특수성이 틀림없이 존재하기 때문에 만약에 고속도로에서 지금 이런 차량을 추적하려고 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상물에 대한 패턴 매칭)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기에 작동만 시켰으면 몇 분 이내로 차량을 고속도로상에서 포착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결국 인명 피해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보여 매우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