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2경기를 모두 따내며 승부에 마침표만을 남겨놨던 대한항공은 이날 1,2세트를 내주며 코너에 몰렸다. 현대캐피탈은 그동안 교체 자원으로 쓰던 세터 김선호, 미들블로커 박상하를 깜짝 선발 카드로 내며 상대를 흔들었다. 이에 대한항공은 2세트에만 11개 범실에 29.63%의 저조한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13-25로 세트를 내주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3세트 들어 반격의 시동을 걸었다. 불씨를 지핀 건 대한항공 토종 에이스 정지석의 서브였다. 5-6으로 뒤처진 3세트 초반 서브 기회를 얻은 정지석은 연속 서브 에이스로 역전에 성공하는 등 다섯 번의 서브 기회 중 3차례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의 물줄기를 팀으로 끌고 왔다. 2세트 공격성공률 20%로 주춤했던 정지석의 공격력도 조금씩 반등하기 시작했다. 4세트에는 외국인 선수 링컨이 공격성공률 77.78%로 8득점 하며 최종 5세트까지 승부를 몰고 갔다.
네 번째 챔프전 우승을 일궈낸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과 챔프전 최다우승 공동 2위 구단에 나란히 어깨를 올리게 됐다. 최다 챔프전 우승 기록은 삼성화재의 8회다.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일궈낸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긴 여정이었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원하는 네 번째 별을 달았다. 우리의 배구를 더 성장시키고자 했던 목표를 이뤘다”고 말했다. 승부처로는 “3세트 승부로 치고 들어가고 수비도 자리를 잡았다. 선수들이 고개 떨어뜨리지 않고 싸워 기회가 왔다”라고 말했다.
천안=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