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 방문보다 관광지 더 많아 연수 중단 촉구 목소리 나오기도 무분별한 해외출장 심사 강화하고 주민 보고회 등 제도 개선해야
인천 중구의회(왼쪽)와 미추홀구의회 전경. 인천시의 상당수 기초의회들이 올해 해외연수를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유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구의회·미추홀구의회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완화로 하늘길이 활짝 열리자 인천 기초의회 의원들이 속속 해외연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관광 위주의 일정 등이 여전해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외연수 필요성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출장 후 주민 보고 활성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 “사실상 관광” 비판에도 해외 가는 기초의회
3일 인천 중구의회에 따르면 전체 구의원 7명과 의회 사무국 직원 5명 등 12명이 지난달 27일 7박 9일 일정으로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 해외연수를 떠났다. 예산은 전체 5500여만 원으로, 1인당 평균 460여만 원이 들었다.일정을 보면 도시재생, 노인복지 관련 기관과 전통시장 방문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관광 벤치마킹을 목적으로 스위스 융프라우와 이탈리아 피렌체, 바티칸시국 등 관광지 견학 일정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기관 방문은 단 2곳인 반면 일정 대부분이 관광지”라며 연수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중구의회는 연수를 강행했다.
미추홀구의회 관계자는 “선진국의 우수 사례를 배워 의정 역량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지적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 출장 일정에 큰 변함은 없다”고 말했다.
이들 기초의회 외에도 인천 대부분 기초의회에서 올해 해외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구의회가 전체 의원이 부산으로 떠난 연수에서 한 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욕설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며 기초의회 연수에 대한 시선은 더욱 곱지 않은 상황이다.
● “제도 고치지 않으면 외유성 논란 지속”
기초의회들은 규칙을 정해 공무국외출장 시 적합성 등에 대해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고, 출장 후 보고서를 의회 홈페이지 등에 게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의 역할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데다 보고서조차 내용이 부실하거나 짜깁기를 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경남 진주시의회는 상임위별 사전 토의 등 5단계 해외연수 관련 매뉴얼을 만들고, 지난해 말 이탈리아를 다녀온 뒤 시민들에게 어떤 부분을 지역 정책에 반영할지 등을 보고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연수 준비가 미흡했고 경비 사용이 불투명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시민 보고회 등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