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경쟁제한 집중 검토 필요” 한화 “방사청 감시하 독점 불가능”
한화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공정위는 한화의 방위산업 수직 계열화로 인한 경쟁사 불이익을 우려하며 제동을 걸었다. 반면 한화는 방위사업청의 감시 체제 아래서 이뤄지는 만큼 독점 공급이나 가격 차별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백브리핑을 갖고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 결합에 대해 “함정 시장에서 한화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를 봉쇄할 가능성에 대해 집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기 시스템 등 함정 부품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진 한화가 대우조선과 결합할 경우 함정 시장에서 대우조선에 특혜를 주고 경쟁사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함정 부품 기술 정보가 차별적으로 제공되거나 경쟁사에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함정 입찰에서 경쟁사가 불리할 우려가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의견 조회에서도 복수의 사업자들이 우려를 제기했다”며 “한화 측에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는 시정 방안 제출을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방산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두 기업의 결합이 경쟁제한 우려가 없는 수직적 결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방사청이 원가 검증 등을 통해 단수업체의 남용행위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고, 방사청의 주관하에 함정 입찰이 시행되는 등 여러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점을 근거로 든다. 계약과 대금정산 단계도 방사청의 여러 검증을 거쳐야 해 특정 조선소에 불리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화는 “한국 조선산업의 세계 시장 수주 불이익과 국제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국가적 경제 악화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방위산업과 관련된 대우조선의 사업적 특수성상 국가 방위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한화와 대우조선 합병에 대해 해외 7개 경쟁 당국은 모두 승인 결정을 냈다. 튀르키예,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에 이어 지난달 31일 유럽연합(EU)도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EU의 경우 당초 이달 18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2주 이상 앞당겨졌다. 영국도 심의서 제출 이후 결격사유를 통보하지 않으며 사실상 승인을 내렸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신주인수계약(본계약)을 체결했다. 유상증자 후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공정위의 시정방안 요청에 대해 내부적으로 확인, 검토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로서 매각이 빠르게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