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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 우유값 美의 2.4배… 이대론 수입산에 시장 다 뺏길 판

입력 | 2023-04-04 00:00:00


국내 우유 가격이 미국보다 2.4배 비싼 것으로 분석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한국경제연구원과 함께 구매력평가환율을 기준으로 흰 우유 1L의 평균 소매가격을 비교한 결과다. L당 우유값이 한국은 2.84달러, 미국은 1.17달러였다. 우유값이 비싸다 보니 빵 과자 아이스크림 치즈 등 가공식품 물가가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의 확산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우유값이 이처럼 높은 것은 불투명한 유통 구조, 사료값 폭등과 더불어 정부가 2013년 도입한 원유(原乳) 가격의 생산비 연동제 영향이 크다. 이는 수요나 공급에 상관없이 낙농가의 생산비 증감과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다. 코로나19 같은 급작스러운 시장 변화가 생겨도 정해진 가격은 1년간 유지된다. 과거 구제역 파동으로 어려움에 처한 낙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해마다 원유가 10만 t씩 남아도는데도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01년 이후 20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원유 가격이 10%대 오를 때 우리는 72%나 급등했다. 하지만 저출산 등의 여파로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1997년 31kg대로 정점을 찍었다가 최근 26kg대로 감소했다. 찾는 사람이 없으면 싸게 팔거나 공급을 줄이는 게 맞지만 정부가 쌀처럼 원유 매입 가격을 올려 낙농가의 소득을 보장해주다 보니 원가 절감 유인은 사라졌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실정이다.

시장 수급을 무시한 가격 결정 체계는 국내 낙농업의 경쟁력 하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국내 우유 대신 저렴한 수입 우유를 찾으면서 국산 우유 자급률은 2000년 80%에서 재작년 45%로 하락했다. 국산의 절반 값도 안 되지만 맛이나 품질엔 차이가 없는 멸균우유 수입이 갈수록 늘고 있다.

2026년부터 미국, 유럽산 유제품에 붙는 관세마저 사라지면 값싼 외국산 우유가 국내 시장을 점령하는 건 시간문제가 될 수 있다. 국내 낙농업이 살아남으려면 비싼 원유를 과잉 생산하는 왜곡된 가격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영세한 낙농가를 대형화하고 사료값 폭등에 따라 휘청거리는 낙농업의 체질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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