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16만 배럴, 자발적 감산” 발표 국제유가 한때 8% 넘게 치솟아 한은 “유가 10% 뛰면 물가 0.2%P↑” 배럴당 100달러 전망에 물가 비상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하루 100만 배럴 넘게 줄이기로 ‘기습’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고, 일각에선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세계의 공장’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맞물려 인플레이션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긴축정책을 펴오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여온 각국 중앙은행들이 또 하나의 난제를 마주하게 됐다.
● 국제유가 장중 8% 급등
OPEC+는 지난해 10월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2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가 지난달 발표한 50만 배럴 감산에 이날 산유국들의 자발적 추가 감산까지 합치면 총 감산량은 하루 366만 배럴로 늘어난다. 이는 전 세계 수요의 3.7%에 달한다.
● 배럴당 100달러 다시 오나
기준금리의 방향을 결정하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심도 한층 깊어지게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70∼80달러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라 유가가 90달러 이상 10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은은 현재 배럴당 80달러 수준인 국제유가가 10% 정도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포인트가량 오르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유가가 높아지면 경상수지 적자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해 10월과 달리 곧 하절기로 접어드는 지금은 국제유가가 오르더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흐름과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