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4일 내년도 최저임금 공동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000원을 제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노동계 최저임금 요구안 발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는 올해 적용 최저임금(9620원)보다 2380원(24.7%) 많은 것이다. 노동계가 지난해 요구한 올해 최저임금(1만890원)과 비교해서도 1110원 많다. 월 환산액(209시간) 기준으로는 250만8000원이다.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5.1%로, 올해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5.0%)을 웃돌았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올해 1월 실질임금도 전년 대비 5.5% 하락하며 10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양대노총은 “가스, 전기, 교통 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인상은 ‘물가 폭탄’이 돼 노동자 서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 인상으로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물가 폭등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물가 폭등 속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확보를 위해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통상 최임위 심의가 한창인 6월께 노동계 공동 요구안을 발표해왔다.
지난달 31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임위에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공식 요청했지만, 본격적인 심의를 위한 전원회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최임위는 오는 18일께 첫 전원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 최임위의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각각 제시하는 최초 요구안의 격차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동계가 이날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했지만, 최임위에 공식 제출하는 최초안은 다소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경영계는 경기 침체로 인한 중소 영세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들어 최소 ‘동결’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있어 최대 관심사는 사상 처음으로 ‘1만원’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다. 올해 적용 중인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1만원까지는 380원이 남은 상태다. 인상률로는 3.95%다.
적용연도 기준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2020년 8590원(2.9%)→2021년 8720원(1.5%)→2022년 9160원(5.1%)→2023년 9620원(5.0%)이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업종별 차등적용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심의 당시 이 문제가 쟁점이 됐으나 부결된 바 있다. 다만 현재 이와 관련해 연구 용역을 맡긴 상태여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양대노총은 이날 노사 대립 구도 속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의 ‘답정너식’ 결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법적 근거도 불명확한 계산식으로 공익위원안이 2년 연속 최저임금으로 결정되고 있다”며 올바른 심의를 촉구했다.
최임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6월말)에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로,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