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 놀림에 대처하는 방법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보통 놀릴 때는 상대의 약점, 단점, 잘 못하는 것, 숨기고 싶은 점, 부끄러워하는 점 등을 끄집어내서 얘기하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한다. 상대의 강점이나 장점, 잘하는 것이나 멋진 것을 가지고 그런다면 놀림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칭찬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 보면 놀리는 사람은 놀리고 있는 그 주제를, 놀림을 당하는 사람의 무시할 만한 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놀리는 것을 통해서 그 사람의 우위에 서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어쩌면 자신이 그 사람보다 잘났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 놀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놀린다’는 행위가 갖는 의미는 대략 이렇다. 만약 아이가 전혀 그런 마음이 없는데 자꾸 친구를 놀린다면, 이것을 가르쳐줘야 한다. 어린아이들은 상대의 반응이 그저 재미있거나 상대와 말을 하고 싶어서 그냥 놀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작은 나쁜 뜻이 아니었더라도 상대방이 싫다고 표현하면 이유 불문하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네가 어떤 행동을 했는데 거기에 뭔가 반응이 오면, 네 입장에서는 재밌을 수 있어. 너는 원래 나쁜 뜻으로 한 게 아니니까 그 아이가 굉장히 싫어한다는 생각을 못할 수도 있지. 그래도 그 반응의 내용에 ‘싫어, 하지 마, 기분 나빠’가 나오는 순간, 그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는 거야”라고 분명히 말해 준다.
놀림을 받는 아이의 마음도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누군가 나의 약점이나 단점, 못하는 것, 숨기고 싶은 것, 부끄러운 것을 꼬집으면 굉장히 자존심이 상한다. 그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나에게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또한 인간의 존귀함 자체가 훼손당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놀림’이나 ‘괴롭힘’은 인간다움이라는 고귀한 가치에 화살을 맞은 듯 영혼에 상처를 남긴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 놀릴 때 눈물부터 나오는 아이에게 울지 말라고 조언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울면서라도 “내가 눈물이 난다는 것은 기분이 나쁘다는 거야. 하지 마”라고 말할 수 있도록 굉장히 많이 연습을 시키는 편이 낫다. 상대가 “장난인데 뭘 그래?”라고 말해도 “너는 나쁜 뜻으로 안 해도 나는 싫어. 하지 마”라고 말하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정확하게 상대에게 말한 다음에는 되도록 상대의 반응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몇 번 말하는 것으로 상대를 고쳐놓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그 말을 상대에게 정확하게 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상대에게 “하지 마”라는 말을 여러 번 해야 한다면, 몇 가지 버전을 알려준다. “내가 하지 말랬지?”보다는 “하지 마. 옳지 않아”라고 말하도록 한다. “그만해라”, “너 아직도 하니?”라고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에게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선량하고 이성적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엄마는 솔직히 말 못하겠어. 세상은 네 마음 같지 않기도 해. 이런 일이 없었다면 좋겠지만, 운 나쁘게 겪게 되었을 때는 너는 너를 최선을 다해서 보호해야 해. 너라는 사람이 너무나 귀한 사람이기 때문이야. 너의 행동은 너를 보호하기 위함이지, 그 사람을 바꿔놓기 위함이 아니야”라고 설명해 준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