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0개 위성으로 인터넷 서비스 저궤도 위성 없는 국내업계 고심 일부선 “지상 기지국부터 세워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사업인 스타링크의 국내 서비스 출시가 가시화하며 6세대(6G) 통신 주도권을 해외 대형 기업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G 통신에 필요한 위성 서비스를 특정 기업이 사실상 독점할 경우 국내에서 후발 주자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스타링크의 기간통신사업자 승인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 법인 스타링크코리아는 기간통신사업자 승인에 필요한 필수 인력을 채용 중이다. 빠르면 이달 중순 승인이 완료돼 올해 2분기(4∼6월) 내 국내 서비스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6G 통신의 핵심은 ‘위성’을 이용해 어디서든 통신이 가능한 ‘3차원 통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현재 SK텔레콤, KT가 준비 중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무인항공기(UAV) 상용화에도 필수적인 기술이다.
저궤도 위성은 상공 300∼1만5000km, 정지궤도 위성은 3만5000km 이상에 떠 있는 위성으로 고도가 높을수록 통신 속도도 느려진다. KT SAT은 사업의 한계성으로 지난해부터 스타링크, 영국의 위성통신 기업인 원웹 등 해외 사업자와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 3사가 6G 통신을 하려면 결국 위성을 보유한 해외 사업자와 협력해야 한다”며 “위성을 가진 사업자가 ‘갑’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타링크 같은 해외 사업자가 독점적인 사업권을 요구할 경우 후발 주자인 국내 위성통신 기업들이 사업 기회조차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차세대 통신(6G)을 선정했지만 위성통신 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 2022년 두 번에 걸쳐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 개발 사업을 기획했지만 민간 기업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미 해외 사업자가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위성통신 사업을 하겠다는 기업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당시 사업 기획에 참여한 학계 전문가는 “민간 기업이 주도할 수 없는 사업이니 정부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당장 위성을 활용하는 6G 통신의 성능을 시험하려고 해도 국내 위성이 없으니 그것조차 어렵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