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펑크낸 여가수 대타로 시작 한명숙 등과 당대 최고 가수 꼽혀 최근까지 예능 출연 왕성한 활동
원로가수 현미(본명 김명선·사진)가 4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경찰과 가요계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전 9시 37분 서울 용산구 자택에 쓰러진 상태로 팬클럽 회장에게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고인은 전날까지 건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7년 미8군 무대를 통해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칼춤 무용수로 데뷔했지만 공연을 펑크낸 여가수의 대타로 마이크를 잡으며 가수의 길을 걷게 됐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작곡가이자 색소폰 연주자인 고 이봉조 씨(1931∼1987)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낳았다.
실향민으로 1·4후퇴 당시 피란길에 가족들과 헤어졌던 고인은 200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북에 두고 온 두 동생과 재회한 바 있다. ‘보고 싶은 얼굴’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표현한 곡이다. 해외 무대에도 자주 올랐다. 1971년 곡 ‘별’로 그리스 국제가요제 ‘송 오브 올림피아드’에서 상을 받았고, 1981년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 파티에 초청받아 기립박수를 받았다.
고인은 2007년 데뷔 50주년 콘서트 ‘마이웨이’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은퇴는 목소리가 안 나올 때 할 것이다. 멋지고 떳떳하게 사라지는 게 참모습”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노래 실력만큼이나 화려한 입담을 지녀 올해 1월까지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영곤(가수 고니) 영준 씨, 며느리 원준희 씨(가수)가 있다. 가수 노사연과 배우 한상진이 조카다. 빈소는 미국에 거주 중인 유족들이 귀국하는 대로 서울 중앙대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