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부담-소비 위축 겹악재 1년새 17%서 급격하게 증가 서비스업도 31%가 한계기업 “중소건설사가 가장 큰 위기”
가파른 금리 인상의 후폭풍으로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국내 상장 제조업과 서비스업 기업 10곳 중 3곳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제조업 조사 대상 1542곳 중 418곳(27.1%)이 한계기업인 것으로 추정됐다. 2021년 말(263곳·17.1%)과 비교하면 한계기업 수는 155곳, 비중은 10%포인트 급증했다.
한계기업은 영업 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을 의미한다. 예산정책처는 이번 분석에서 2019년 이후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을 초과하지 않는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정의하고 2021년 말과 2022년 9월 말 기준 한계기업을 산출해 비교했다.
서비스업 역시 조사 대상 814곳 중 252곳(31.4%)이 한계기업으로 추정됐다. 2021년 말 191곳(23.5%)에서 61곳이 늘어난 셈이다. 영상·출판·정보통신(55개→78개), 도소매(48개→60개) 업종에서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이 같은 한계기업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연 0.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하며 3.5%까지 끌어올렸다. 1년 5개월 새 3%포인트가 오른 셈으로 대출금리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전체 상장사의 18.6%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계기업 상태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 말 한계기업 비중은 14.9%였다. 기업 구조조정을 책임지는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서 분석한 한계기업 비중은 2021년 이미 18.3%에 달했다.
금리 인상의 그늘이 깊어지는 가운데 특히 중소 건설사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상장 건설사의 36.1%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이라고 분류하기도 했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이자비용 부담으로 한계기업 비중이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