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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후폭풍… 제조업 27%가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

입력 | 2023-04-05 03:00:00

이자 부담-소비 위축 겹악재
1년새 17%서 급격하게 증가
서비스업도 31%가 한계기업
“중소건설사가 가장 큰 위기”




가파른 금리 인상의 후폭풍으로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국내 상장 제조업과 서비스업 기업 10곳 중 3곳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제조업 조사 대상 1542곳 중 418곳(27.1%)이 한계기업인 것으로 추정됐다. 2021년 말(263곳·17.1%)과 비교하면 한계기업 수는 155곳, 비중은 10%포인트 급증했다.

한계기업은 영업 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할 만큼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을 의미한다. 예산정책처는 이번 분석에서 2019년 이후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1을 초과하지 않는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정의하고 2021년 말과 2022년 9월 말 기준 한계기업을 산출해 비교했다.

제조업에서 한계기업이 가장 많은 업종은 기계·전기·전자(197곳)가 꼽혔다. 2021년 말(116곳)보다 81곳 늘었다. 이 밖에 석유화학(83곳→114곳)과 운송장비(25곳→39곳)에서 한계기업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비스업 역시 조사 대상 814곳 중 252곳(31.4%)이 한계기업으로 추정됐다. 2021년 말 191곳(23.5%)에서 61곳이 늘어난 셈이다. 영상·출판·정보통신(55개→78개), 도소매(48개→60개) 업종에서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이 같은 한계기업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연 0.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하며 3.5%까지 끌어올렸다. 1년 5개월 새 3%포인트가 오른 셈으로 대출금리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전체 상장사의 18.6%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계기업 상태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 말 한계기업 비중은 14.9%였다. 기업 구조조정을 책임지는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에서 분석한 한계기업 비중은 2021년 이미 18.3%에 달했다.

금리 인상의 그늘이 깊어지는 가운데 특히 중소 건설사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상장 건설사의 36.1%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이라고 분류하기도 했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이자비용 부담으로 한계기업 비중이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서 중소기업의 연체율도 꿈틀거리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안 좋을 때 구조조정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무턱대고 재정을 투입해선 안 된다”며 “정부가 원칙을 세워 옥석을 가리고 한계기업의 위기가 금융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