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0년 전략적 파트너 관계” 강조에 사우디 “내달 시리아 대통령 초청” 양국 균열 조금씩 더 확대 양상
사우디아라비아 중심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비롯한 비(非)OPEC 산유국 연합체 OPEC+의 전격적인 원유 감산 결정에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도 사우디가 우방임을 강조하며 대응 수위 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과의 관계를 정상화한 사우디는 시리아에도 관계 정상화를 위한 손을 내밀었다. 미국과 중동 우방 사우디 관계 균열이 조금씩 더 커지고 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일 브리핑에서 전날 OPEC+의 ‘자발적 감산’ 조치에 대해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현 시점 감산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에 너무 건설적이지 않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커비 조정관은 “지난 80년간 그랬듯 사우디는 여전히 전략적 파트너”라면서 “사우디와 우리(미국)가 서로 항상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략적 파트너 관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아랑곳 않고 미국에서 멀어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일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가 다음 달 개최하는 아랍연맹(AL) 정상회담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공식 초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한다는 것이다.
시리아는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아랍연맹에서 퇴출당했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아사드 정권의 반정부 시위 유혈 강경 진압을 내전이 일어난 원인으로 지목하고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내전 과정에서 자행된 아사드 정권의 참혹한 인권 유린을 이유로 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부인을 비롯해 관련 정부 인사 및 기업, 단체 등을 제재해 왔다.
사우디가 시리아와의 관계 회복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외교 관계 정상화를 결정한 이란이 아사드 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해 온 사실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