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없던 흥보 아내의 이혼소송
춤 안 춘 돈키호테, 이번엔 발레 첫선
극단들 “시대 흐름에 맞게 내용 수정
젊은층-여성 관객들 감수성에 부응”

창극 ‘흥보 마누라 이혼 소송 사건’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한 흥보 마누라(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남편 흥보(왼쪽)가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원명재 작가 제공
고전 원작에서 조연에 그쳤던 인물들이 무대 위 주인공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국립발레단은 1869년 세계 초연된 발레 ‘돈키호테’ 원작에서 춤을 추지 않고 마임으로만 등장하던 돈키호테를 앞세웠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2∼16일 공연되는 신작은 돈키호테가 원작 주인공인 키트리와 바질 못지않게 이목을 끌 수 있도록 안무와 연출을 재구성했다. 원작에 없던 젊은 시절의 돈키호테 에피소드를 추가하고 둘시네아와 파드되(2인무)를 추는 장면을 추가한 것. 돈키호테 역 무용수는 기존 공연에선 부츠를 신었지만, 신작에선 발레슈즈를 신는다.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는 11일 창극 ‘흥보 마누라 이혼 소송 사건’이 개막한다. 유명 판소리 ‘흥보가’에서 흥보 대신 흥보의 아내를 조명한 작품이다. 원작에선 이름조차 없었던 흥보 아내를 독립적인 주체로 묘사하고, 가부장적 남편 흥보에게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해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돼 올해 2월 공연된 그랜드오페라단의 ‘피가로의 이혼’은 모차르트 원작 ‘피가로의 결혼’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정원사의 딸 바르바리나를 피가로, 수잔나와 함께 주인공으로 세웠다.
공연계 주요 관객인 젊은층의 눈높이에 맞추는 효과도 있다. ‘흥보 마누라…’의 연출을 맡은 최용석 감독은 “공연 시장을 주도하는 관객층이 20, 30대 여성인 만큼 여성 서사 등 시대적 흐름을 잘 반영한 작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현시대와 맞지 않는 내용을 뒤엎는 공연일수록 젊은 관객의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