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3대 의문점 ① 강남 납치살인, 윗선이 사주했나 ② 피해자 도움받았던 주범, 왜 범행 ③ 납치목적, 코인인가 원한인가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모, 황모, 연모 씨.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주범에게 범행 사주한 윗선 있었나
경찰은 피해자와 이 씨가 모두 알고 지냈던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 유모 씨 부부를 윗선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착수금이 이들 부부로부터 이 씨에게 건너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 씨 부부를 출국금지하고 계좌를 압수수색하며 금전거래 내역을 조사 중이다. 하지만 이 씨 측 변호인은 이날 “이 씨가 착수금을 받았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 이 씨는 왜 범행을 주도했나
주범으로 지목된 이 씨의 범행 동기 역시 명확하지 않다. 경찰은 유 씨 부부와 이 씨, 피해자 A 씨가 가상화폐 P코인을 연결고리로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P코인 투자 홍보를 맡았던 A 씨는 유 씨 부부에 대해 “대단한 분들”이라며 P코인 발행사 대표에게 이들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021년 P코인이 6개월 만에 1만 원에서 17원까지 폭락하면서 A 씨와 유 씨 부부의 사이가 틀어졌다. A 씨는 유 씨 부부가 시세를 조종해 가격이 폭락했다고 의심해 다른 투자자들과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하던 유 씨의 아내 황 씨를 찾아갔다. P코인에 투자했다가 8000만 원의 손해를 입었던 이 씨도 이때 A 씨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씨와 A 씨는 유 씨의 아내 황 씨로부터 약 1억9000만 원 상당의 코인을 갈취해 공동공갈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후 투자 실패로 어려움을 겪던 이 씨는 A 씨에게 도움을 요청해 A 씨 부부가 운영하는 가상화폐 채굴 회사에 채용됐고 급여 명목으로 약 200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공동공갈 사건 이후 이 씨는 “오해가 있었다”며 유 씨의 아내 황 씨와 친분을 맺고 지난해 가을 무렵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또 2021년 9월 A 씨 부부 회사를 그만둔 후 유 씨 부부 소개로 서울 서초구의 한 법률사무소에 취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때 동업까지 했던 유 씨의 아내 황 씨와 A 씨는 서로를 비난하며 맞소송을 낼 만큼 관계가 악화됐다고 한다.
● 재산 노렸나, 살해가 목적이었나
공범 황 씨와 연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의 가상화폐 자산을 노리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가상화폐 탈취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경찰 조사 결과 실행범들은 A 씨를 납치한 뒤 눈을 가리고 마취제 등을 수차례 사용하며 30분 이상 가상화폐 계좌 및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A 씨가 정신을 잃자 이 씨에게 상황을 알렸는데 이 씨가 “돈이 없는 것 같으니 묻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공범 황 씨와 연 씨가 30일 오전 3시경 충북 청주시 대청댐 인근에 도착한 후 매장할 때 A 씨가 마취 상태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이 씨의 아내가 일하는 성형외과를 압수수색하며 범행 도구로 사용된 주사기 등의 출처를 확인하고 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