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심장환자 데려오려 헬기 동승 임시병상 만들고 단톡방 병상 수배 “의료진 헌신만으로 더는 못 버텨”
주민호 양산 부산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제주도에서 치료 받던 심장이식 환자를 헬기를 이용해 경남 양산시로 이송하고 있다. 응급 수술 의사가 부족한 탓에 주 교수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제주로 ‘헬기 출장‘을 간다. 양산 부산대병원 제공
주민호 양산부산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한 달에 한 번꼴로 헬기를 타고 제주도에 간다. 심장 이식 환자를 데려오거나 뇌사 장기 기증자의 몸에서 심장을 적출하기 위해서다. 기증자의 몸 밖으로 나온 심장은 환자에게 4시간 안에 이식해야 하는데, 제주도에는 심장 이식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 ‘헬기 동승’은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 근거가 없어 진료비도 청구할 수 없지만, 주 교수는 “수술을 못 받으면 죽을 환자라서 우리가 간다”고 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국내 응급의료 체계의 문제를 심층 분석한 ‘표류-생사의 경계에서 떠돌다’를 보도했다. 응급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떠도는 ‘표류’를 막기 위해 현장 의료진들은 고군분투하며 응급의료의 공백을 메우거나 사명감으로 수술실을 지키고 있었다.
● 의사 부족해 응급환자 진료하러 출장
● 임시 병상 만들고, 단톡방에서 빈 병상 찾아
부족한 수술 의사를 환자와 연결해줄 정부 시스템마저 제 역할을 못 하자 의료진들은 개인 카톡방에서 빈 병상을 찾고 있다. 지난해 10월 10일 생후 6개월 이모 군이 호흡 곤란 증세로 인천의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찾았을 때가 그랬다. 당장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해 인근 병원에 2시간 동안 전화를 돌렸지만 전부 이 군을 받아주지 않았다. 소식을 전해 들은 응급실 의사들이 카톡방에서 정보를 교환한 끝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이 군을 받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런 임시방편으로 버티기에는 응급의료 공백이 너무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장 교수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걸 지켜보는 보람으로 버티고 있지만, 때로는 ‘이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