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플랫폼 갑질’] 소상공인-소비자 피해 사례 취합, ‘선량한 관리 의무’ 공론화 시동 “독과점 지위 강해지는데 책임 안져” ‘온라인 플랫폼 규제’ 입법도 검토
#2. 지난달 공정위는 네이버 온라인 쇼핑몰에 2700여 건의 거짓 후기를 올린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체와 광고대행업체를 적발해 과징금 1억4000만 원을 부과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네이버도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네이버가 쇼핑 페이지로 돈을 벌면서도 거짓 쇼핑 후기를 방치해 소비자 보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 국민의힘 포털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백화점 입점 브랜드에 문제가 생겼는데 백화점에는 책임을 묻지 않은 셈”이라고 성토했다.
4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권은 최근 이런 사례들을 모아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 대기업들이 이른바 ‘선량한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기업들이 플랫폼 내에서 중소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피해가 생기는 걸 방치하는데도 이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고 있다는 것. 또 국민의힘은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18일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소상공인 및 소비자 피해 사례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문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민생 경기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네이버의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 與 “네이버, 책임은 안 져”
여당은 당국의 조사로 확인된 네이버의 쇼핑 알고리즘 조작뿐 아니라 부동산 매물 정보 갑질 의혹, 웹툰 표절 방치 및 웹툰 수수료 착취 의혹, 소상공인 영역의 문어발 확장, 언론사 사이트 연결 자의적 차단 문제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네이버가 중소 언론사에 콘텐츠 제공 대가를 정당하게 지급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이런 내용을 담은 공청회를 거쳐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지위 남용을 막는 법안을 마련하는 방안까지도 고려 중이다. 국민의힘 ICT미디어특별진흥위원장인 윤두현 의원은 지난달 31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포털에 대해 단순한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지위가 아니라 유통업자로서 관리 의무와 책임을 규정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며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네이버, 법적·사회적 책임은 빠져나가”
여권의 공청회 추진은 최근 당 지도부의 네이버에 대한 문제의식과도 무관치 않다. 앞서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원내대책회의 공개 석상에서 네이버를 향해 “권력에 취해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네이버가 자사 서비스에서 정보형 광고를 정부 전자문서로 위장했다는 의혹이 나온 뒤였다. 이 사무총장은 “정부를 사칭해 국민을 기만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과 다름없다”면서 “네이버의 오만한 작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네이버가 독과점 기업으로서 지위는 더 강해지는데 법적, 사회적 책임은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것을 더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이날 동아일보 통화에서 “기존에 의원들이 제출한 관련 법안들이 많은데 점검해 보고 또 새로 보완할 게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문어발 확장, 내부거래 과다, 직장 괴롭힘… “네이버, 개선 약속 안지켜 국감 반복 소환”
與 “올핸 ‘도덕적 해이’ 혹독한 감사”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다. 플랫폼 지배력부터 기업 문화까지 해마다 갖은 지적을 받는 요주의 기업인 것. 국회 관계자는 “네이버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회에서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는 일이 반복되니 의원들이 계속해서 국감장에 네이버를 소환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네이버의 내부거래 금액은 2021년 1조1504억여 원으로 2017년의 4960억여 원과 비교해 2배 넘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계열사 수 역시 2018년 45개에서 2021년 54개로 늘었다. 국감 때마다 여야 의원들이 네이버 등 포털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지적하고 있지만 오히려 네이버는 역행한 것.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네이버가 사업자 시정 방안을 받아 사건을 종결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의결 규제를 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며 “네이버가 동의의결에 따라 피해자 구제에 사용해야 할 약 300억 원을 자사 배너와 광고 활동에 썼다”고 주장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네이버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네이버를 향해 “소상공인 상생, 언론지배력 문제 해소 등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며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국회 과방위 차원의 혹독한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