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유무죄 여부를 주장하는 기소인부 절차에서 기업 문서 조작 관련 혐의 34가지를 모두 부인했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약 45분간 진행된 기소인부 절차에서 기업 문서 조작 관련 혐의 등 중범죄 34건에 대한 혐의에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측의 변호인단은 기소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만을 주장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 검찰 “대선 결과에 영향 미칠 범죄 은폐”…트럼프 측 “법치 죽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용으로 13만 달러(약 1억7000만원)을 건넨 혐의뿐만 아니라, 플레이보이의 모델로 활동했던 캐런 맥두걸을 입막음하기 위해 지급했던 합의금을 회계 조작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날 법원에서 트럼프에 대한 혐의가 모두 공개되자 변호인단 측은 “미국에서 법치가 죽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기소장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어떠한 범죄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뉴욕 지방검찰 엘빈 브래그는 “뉴욕주 법에 따르면, 범죄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문서 기록을 위조하는 것은 중범죄다. 당신이 누구이든 우리는 심각한 범죄 행위를 눈감을 수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이것이 우리가 ‘화이트칼라’ 범죄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늘 우리는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장할 엄숙한 책임을 지켰다. 돈과 권력이 미국의 원칙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예수·만델라 마냥 박해당해” vs “팝콘각”…법원 앞 맞불시위
이날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는 지지자들과 그의 수감을 요구하는 맞불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 당국은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反) 트럼프 시위자들 간의 소요사태를 우려해 두 집회를 분리시켰음에도 현장은 여전히 아비규환이었다.
친(親) 트럼프 진영에서는 하원의원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는데, 마조리 테일러 그린(공화·조지아) 하원 의원은 “만델라는 체포돼 감옥에서 복역했고, 예수는 로마 정부에 의해 살해됐다. 트럼프는 박해를 당하고 있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텔레비전 프로듀서인 존 테일러(59)는 “자녀들에게 ‘서커스’를 보여주고 싶어 이곳에 왔다. 미국 정치가 미쳐가고 있다. 트럼프는 가벼운 일을 가지고 기소됐다”고 말했고 열차로 2시간을 이동해 도착했다는 샐리 호건(48)은 “트럼프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보태주고싶어 이곳에 왔다”고 밝혔다.
브롱크스에 거주하는 그레고리 윌리엄스(57)는 형사 법원이 보이는 접이식 의자에 편안히 앉아 “내 인생 최고의 날이다. 이 엄청난 ‘쇼’를 보기위해 팝콘을 사왔다. 그야말로 미국 최고의 극장이 여기”라고 말했다.
◇ 트럼프 “민주당 텃밭서 재판 불공평”…재판지 변경 요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기소인부 절차를 앞두고 재판지 변경의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형사법원 출석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맨해튼 내) 일부 지역구의 공화당 득표율은 1%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우 불공평하다”면서 “재판은 인근 스태튼아일랜드로 옮겨져야 한다. 이곳에서 재판은 매우 공정하고 안전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후 형사법원을 향하는 길에서는 “맨해튼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너무 초현실적이다. 그들이 나를 체포할 것”이라면서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다니 믿을 수가 없다. MAGA(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구호·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기소인부 절차가 종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법원을 빠져나왔고,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음 공판 기일은 12월4일 열린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