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전·금산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산불진화헬기와 고성능산불진화차량(유니목)이 물을 뿌리며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하늘이 산불 마지막을 해결해주는 것이 제일 허무한 일입니다. 지난 4일 오후 4시 40분을 마지막으로 주불 진화 뒤 내린 이번 비는 잔불 정리를 안하게 해준 고마운 비죠.”
지난 사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산불을 대응한 산림청은 5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1986년 산불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대형 산불인 5건을 무사히 처리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 상당수 직원들이 지인들로부터 “이번 단비 때문에 산불도 껐고 가뭄도 해갈된 것 아니냐”는 인사말을 듣는 등 섭섭한 오해를 받기 때문이다.
산림청 한 관계자는 “비로 불이 꺼지면 그간의 노고가 헛수고가 되고 보람도 없어진다. 어제 오후엔 현장 모든 인원이 죽을 힘을 다해 사투를 벌였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지난해 열흘간 꺼지지 않았던 울진 산불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당시 진화율을 97%까지 끌어 올렸으나 마지막은 비가 해결했다.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울진·삼척 산불’ 마지막은 하늘이 해결해줬었다. 지난 2000년 발생한 ‘동해안 산불’에 이어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불을 막기 위한 잔불 정리도 주불 진화 못지 않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산에는 돌이 많다. 수십년 간 쌓인 낙엽이 달구어진 돌에 닿으면서 불이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헬기 물 투입 후 며칠 뒤 재불이 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2일부터 4일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53건의 산불은 4일 오후 5시15분을 기준으로 모두 진화됐다. 이는 같은 기간 가장 많이 발생한 동시다발 산불이다.
100ha 이상의 대형 산불은 총 5곳에서 발생했다. 1986년 산불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수치다. 산림청이 4일 동시에 산불 3단계 5건에 대응한 것은 산불 단계구분 마련 이래 처음이다. 각종 기록을 갈아 치운 역대급 산불이었다.
이 기간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택 42동, 공장 4동, 창고 36동, 비닐하우스 6동, 기타 7동 등 총 95개소 시설 피해가 발생됐다. 3일 동안 산불로 인한 산림피해 영향구역은 축구장 약 4400개다.
이 기간 투입된 헬기는 모두 313대, 장비는 3402대, 진화인력은 2만8501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