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마녀는 마녀사냥이 아니란 것을 안다.”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주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법원 출석을 앞두고 아침 일찍부터 중계차, 경찰차가 둘러싸며 삼엄한 경비태세에 들어갔다. 시위대는 수백 여명은 경찰이 법원 앞 진입을 막아 법원 앞 ‘콜렉트 폰드’ 공원에서 각자 준비해 온 시위 도구를 꺼내며 “트럼프를 감옥에 보내라”, “마녀사냥을 멈춰야 한다”며 구호를 외치기 바빴다.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법원 앞 공원에서 친 트럼프 지지자들을 향해 민주당 지지자가 “이 곳은 뉴욕이다. 플로리다주로 가버려라”고 외치며 서로 고성이 높아지자 지지자들이 함께 모여 “렛츠 고 트럼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친 트럼프와 반 트럼프 시위대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은 공원을 가로질러 철제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양 측을 갈라놨다. 다른 시위대로 가려면 공원 밖으로 나가 다른 입구로 들어가야할 정도였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첫 기소로 분열이 극화되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들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삿대질, 고성, 논쟁, 욕설을 주고받았지만 경찰의 우려와 달리 폭력 시위로 번지지는 않았다.
4일(현지시간) 미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 공원에서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반 트럼프(왼쪽)와 친 트럼프(오른쪽) 시위대를 갈라놓았다. 양측은 서로 마주보며 논쟁하거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한 트럼프 지지자가 “바이든이 나라를 두 쪽으로 분열시켰다”며 “이 전쟁은 트럼프가 시작하지 않았다”고 외치자 반대측에서는 “무슨 소리냐. 트럼프가 애초에 나라를 미국을 두쪽 내버렸다”며 서로 ‘FXXX’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정치적”이라며 정적을 끌어내리기 위해 수사를 이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한 트럼프 지지자 에드워드 영(63) 씨.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을 위대하게’ 깃발을 들고 온 트럼프 지지자.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반면 트럼프 기소를 찬성하는 반 트럼프 시위대는 “마침내 정의가 실현됐다”며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차례로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기소를 찬성하는 라파엘 반다 시(55)가 직접 제작한 팻말에 적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되 의혹들을 설명하며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기소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트럼프 기소에 해가 비친다”, “트럼프 재판은 이제 시작”, “마녀는 이게 마녀사냥이 아님을 안다”는 팻말을 들고 있는 반 트럼프 시위대.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역시 뉴욕 주민이라는 애나 레지나(54) 씨는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 (성추행 입막음을 위해 돈을 지불한) 트럼프 전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징역 3년형을 받았다면 당연히 이를 지시한 트럼프도 감옥에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오렌지 죄수복을 입은 모습으로 트럼프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 중인 시위대.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다만 세계 언론의 관심과 달리 시위자 수는 예상외로 대규모는 아니었다. 대신 뜨거운 관심 속에 퍼포먼스를 즐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죄수복을 입은 트럼프 가면을 하거나, 속옷만 입고 컨트리 가수 흉내를 내는 등 개별적 시위가 주를 이뤘다. 언론에 트럼프 뉴스로 도배가 돼 궁금해 와봤다는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부활절 휴가를 맞아 뉴욕에 놀러왔다는 한 관광객은 “미국에서 대통령이 기소되는 일은 처음이라 역사적 순간인 것 같아 궁금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한 시위자가 경찰분장을 하고 성추행 입막음 혐의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인형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