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간호사의 날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성북구청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간호사가 어르신 백신접종을 위해 장갑을 끼고 있다. 국제 간호사의 날은 간호사의 사회 공헌을 기리기 위한 날로 영국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탄생일이기도 하다. 2021.5.11/뉴스1
대한간호협회를 주축으로 한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가 지난 4일 오전 국회 앞 여의대로에서 마련한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한마당’에서 종합병원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는 30년 차 오란주 간호사는 이같이 호소하며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간호사 이직률은 15.2%로 다른 산업군의 4.9% 대비 3배 이상 높다. 병원간호사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신규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47.7%에 달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조사한 간호사들의 이직 사유론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가 꼽혔다.
그런데도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10년째 정원이 동결된 의과대학과 달리 간호대의 정원 확대가 답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간호사들은 병원이 간호사를 고용하지 않는 게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23.4.4/뉴스1
이에 대해 2022년 11월 ‘법정 의료인력 기준 개선’을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에서 시민단체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의 김원일 활동가는 정부의 제도를 지적했다. 김 활동가는 “현행 의료법 내 법정 간호인력 기준에 관한 내용은 범위가 불명확하고, 다르게 해석될 요소도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간호인력 확보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부는 간호기준 35명을 갖출 병원이 6명만 고용해도 간호등급제 감산은 2%만 한다. 간호사의 정원을 준수하는 것은 환자 생명과 안전을 위한 간호 서비스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사항임에도 정부의 실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며 만성질환자 증가 또한 충분한 간호인력이 뒷받침돼야 감당할 수 있다고 일선 간호사들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따라서 숙련 간호사가 나올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성희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부교수는 “간호사가 적은 수의 환자를 돌볼수록 환자 사망률이 감소하고 재원 기간이 단축되는 등 환자 안전이 크게 높아진다. 간호사가 적정 환자 수를 돌볼 환경을 조성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간호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간호사 업무 환경 개선 방안으론 간호법이 있다는 게 간협 등 간호법제정추진운동본부 요구다. 김영경 간협 회장은 “간호법은 의사의 이익이나 현행 의료시스템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병원에서는 돌봄이 절실한 환자는 정작 간호간병 병동에 입원시키지 않고, 경증 환자만 입원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에 전면적인 간호간병 서비스 제도를 도입하려면 지금보다 대략 2~3배 많은 간호인력이 필요하다”며 부모 세대를 비롯한 환자, 노인, 장애인 등에게 사회적 돌봄을 위한 공익가치를 실현하려면 간호인력 확충과 간호 정책 시행의 근거법인 간호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