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EV)와 풍력발전용 모터 등에 필요한 고성능 희토류 자석 제조 기술에 대해 ‘국가 안전’을 이유로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5일 보도했다.
세계적인 탈탄소화 흐름으로 동력의 전기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은 자석의 공급망을 통제하고 성장이 기대되는 환경 분야에서 패권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제조업 등 산업기술 수출규제 목록인 중국 수출금지·수출제한 기술목록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12월 이 목록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희토류를 이용한 고성능 자석인 ‘네오디뮴’과 ‘사마륨코발트’ 등을 추가해 관련 제조기술의 수출금지를 새롭게 포함시켰다.
반도체, 축전지와 함께 이용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공급이 끊어졌을 경우, 국민 생활이나 경제 활동에 폭넓게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일본 정부)”고 여겨진다.
네오디뮴 자석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중국 84%, 일본 15%, 사마륨코발트 자석은 중국이 90% 이상, 일본이 1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제조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면 “자석 메이커가 없는 미국과 유럽은 신규 진입이 어려워져 중국에 완전히 의존할 수밖에 없다(유럽 관계자)”는 상황이 되고, 중국은 설비 투자를 진행해 대규모 생산에 따른 저비용으로 자석 제조를 추진, 앞으로 일본도 시장점유율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고 요미우리가 짚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개정안은 수출금지제한에 대해 ‘국가안보’나 ‘사회의 공공이익’을 지키겠다는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은 자석이 경제성장의 핵심이자, 국가안보에도 관련된 전략물자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자석 금수 조치가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3월31일 첨단 반도체 분야의 수출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미세한 회로 패턴을 기판에 기록하는 노광장치, 세정, 검사에 사용하는 장치 등 총 23개 품목이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첨단 반도체 제조장치’가 규제 대상이다. 범용품용 반도체 제조 장치는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이번 일본의 조치는 지난해 10월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수출통제를 발표한 미국의 움직임에 사실상 동참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지난 2일 중국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에게 “미국이 일본 반도체 산업을 잔혹하게 억누르던 집단 따돌림의 낡은 수법을 이제는 중국에 쓰고 있다”며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해서는 안 되며 호랑이를 위해 앞잡이가 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또한 마 대변인은 일본의 규제가 “중국과 일본 반도체 산업 협력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수출규제와 관련 “중국 측의 반응은 알고 있다”면서도 “이번 조치는 국제적인 평화·안전을 유지하겠다는 관점에서 국제 규정과 정합(整合·꼭 들어맞음)한 형태로 엄격한 수출 관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일본의 조치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며, 앞으로도 이 방침 아래 적절한 대응을 실시해 나갈 생각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