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가 주범인 ‘건축왕’ 첫 공판 전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2023.4.5/뉴스1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범행을 한 60대 건축업자, 일명 ‘건축왕’이 첫 공판에서 다른 공범들과 함께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
사기, 부동산실명법위반, 공인중개사법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실건물주 건축왕 A씨(62)는 5일 오전 10시50분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법률 대리인을 통해 “혐의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A씨 측은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지만, 법리상으로는 부동산실명법위반 혐의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기 등의 혐의는 검찰 측의 법조 적용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일부 공범은 기록 검토를 하지 못해 추후 다음 기일에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
이날 재판 전에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A씨 등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법정은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몰린 피해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오 판사는 재판을 마치기 전 안상미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에게 대표로 발언 기회를 제공했다. 안 위원장은 “2800여 피해세대, 2300억에 달하는 보증금이 걸려 있다”며 “길거리에 나 앉고 급기야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하려는 피해자들이 있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건실한 임대업자인 양 속여 계약을 체결한 뒤, 어느날 갑자기 아무런 연락이 되질 않았다”며 “보증금은 우리의 전 재산이고, 만약 선례대로 재판한다면 피해를 막을 수 없고 사기행각은 이어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위원장 외에 최근 집이 경매에 넘어가 퇴거한 세대 피해자들이 잇따라 발언 기회를 얻고자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음기일에 공소사실 관련 의견을 밝히지 않은 피고인들의 의견 확인을 할 예정이다.
A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A씨가 실보유 중인 주택대상으로 세입자 총 161명과 전세계약을 체결해 보증금 125억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A씨의 실 보유 주택을 총 359차례에 걸쳐 세입자들에게 직접 임대하기도 했다.
이들은 A씨가 실보유 중인 주택이 대출이자 연체로 경매로 넘어갈 것을 알면서도 보증금 반환이나 임차기간을 보장할 의사 없이 전세계약을 체결해 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준공 대출금이나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통해 대출이자나 직원 급여를 돌려막으며 2700여 채에 달하는 주택을 보유하게 됐다. 2700여 채를 짓는 대출금은 약 2500억원에 달했다.
이후 2010년 임대사업을 위해 공인중개사들을 고용하고, 공인중개사 명의로 5~7개 공인중개 사무소를 개설해 운영하면서, 중개팀, 주택관리팀, 기획공무팀을 구성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