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이 필요해요. 사람 하나 없는 가게를 보세요. 이게 증거예요.”
5일 오전 11시3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앞에서 분식집을 운영해 온 신 동녀 씨는 이같이 말했다. 신 씨는 대파를 썰며 “원래 점심때는 5명이 일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밖에 없잖아요. 도저히 못 버티겠어서 2월에 일하는 아줌마 한 명을 마지막으로 내보냈어요”라고 말했다.
정오가 됐지만, 신 씨의 가게에는 단 한 명의 손님도 찾지 않았다.
이날 찾은 노량진 컵밥거리는 비교적 썰렁했다. 점심 손님이 나오기 시작하는 11시30분께였지만, 23개 점포 중 18개 점포의 문이 닫혀 있었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컵밥을 팔았다는 김모씨는 “요즘에는 공시생보다 다른 지역에서 놀러 온 사람들 대상으로 주말 장사를 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며 “공시생이 줄어든 데다 물가도 올라서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컵밥거리 청소를 담당하는 전갑호씨도 “평일에는 많아야 점포 5개가 장사를 한다”며 “이곳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인근 상권이 전부 죽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가 써 붙여진 컵밥거리 맞은편의 상가 공실을 가리키며 “신발 가게·미용실·편의점 등이 있었는데 전부 나갔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서울 노량진 인근 상업용부동산 공실률은 12.6%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이 된 60개의 서울 내 지역 중 9번째로 높은 수치다.
공무원 시험 응시생 감소가 상권 침체에 직격탄을 날린 모양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5326명을 선발하는 이번 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 원서 접수 결과 총 12만1526명이 지원해 지난해의 16만5524명에 비해 4만3998명 감소했다.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오던 서점, 인쇄소 등에도 찬 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코로나19 기간 익숙해진 비대면 강의가 그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량진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바로 옆에 30년 동안 운영한 서점이 있었는데 코로나 때 근근이 버티다가 최근에는 커피집으로 바뀌었다”며 “그것도 장사가 안돼서 지난 2월에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대형 학원 인근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코로나19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끝나니까 학생들이 거짓말 같이 없어졌다”며 “코로나 기간 비대면 강의에 익숙해져서 현장 강의를 들으러 오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