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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왕’ 뽑힌 베테랑 소방관, 20년 만에 ‘합격 취소’ 왜

입력 | 2023-04-05 16:18: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각종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해온 베테랑 소방관이 임용 20년 만에 합격 취소 통보를 받았다. 과거 채용에서 응시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서다.

5일 경남소방본부와 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40대 A 씨는 과거 해군 해난구조대(SSU) 경력을 인정받아 2003년 구조대원 경력직에 합격했다.

이후 A 씨는 20년간 경남 도내의 각종 수상·산악·화재 현장 일선에서 구조 활동 등 임무를 해왔다. 2010년에는 한 소방관 대회에서 ‘구조왕’으로 뽑혀 1계급 특별진급 되기도 했다. 현재는 초급 간부로 창원의 한 소방서에서 119구조대 팀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A 씨의 임용 당시 자격이 채용 기준 미달이라는 민원이 제기됐다. 채용 당시 경력 요건은 3년 이상이었는데 A 씨가 실제 SSU에서 근무한 경력은 2년 1개월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A 씨가 경력직에 합격할 수 있었던 건 군 경력 서류에 상세 정보가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씨가 당시 제출한 군 경력 증명서는 병적증명서였는데 해당 문서엔 군 생활 전체 기간만 표시돼 있을 뿐 계급·월별 업무 등 상세한 기록은 빠져 있었다.

즉, A 씨의 SSU 경력은 2년 1개월이지만 군 생활 전체 연수가 4년이어서 임용 당시 서류를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경남소방본부 관계자는 “당시 군 경력 서류가 상세한 목록이 나오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최근에는 상세한 군 경력이 표기된 ‘군 경력 증명서’를 제출한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확인 과정을 거쳐 지난달 10일 A 씨에 대한 최종 합격 취소 결정을 내렸다.

A 씨는 창원소방본부가 진행한 조사에서 “공고문을 다 읽어 봤고, 병적증명서에 따라 자격이 될 줄 알았다”며 “고의로 경력을 부풀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A 씨에 대한 업무방해 등 수사 의뢰는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창원소방본부는 A 씨의 임용 취소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합격이 취소됐기 때문에 면직이나 퇴직이 아닌 임용 취소를 검토 중”이라며 “임용 취소 시 A 씨는 공무원 연금 수급 자격은 박탈된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