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27)가 오월 영령에 참배하고 있다. 2023.3.31. 뉴스1
5·18 유가족과 피해자를 만나 사죄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27)가 오는 10일 다시 광주를 찾아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5·18 부상자회가 5일 공개한 전 씨의 입장문에 따르면 그는 “10일부터 광주에 상주하면서 5·18 단체와 함께 광주시민과 오월어머니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드리고, 저와 가족의 죄를 사죄하고 회개·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의 상처와 한이 너무나도 깊으심을 알고 있다”며 “제가 한두 번 찾아뵌다고 43년간 고통 속에 응어리진 그분들의 마음이 풀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 씨는 5·18 진압 작전에 투입된 군 장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제 할아버지 때문에 두려움에 떨며 군부의 부당한 지시를 강제로 따르고 복종하다 트라우마를 겪는 분들이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진정한 가해자는 제 할아버지와 군 수뇌부인데 약자인 피해자들끼리 분란이 일어나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어 “5·18민주화운동 피해자, 유가족들의 한을 다 풀어드리고 나서 5월의 아픔을 같이 겪으신 모든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드리고 싶다”며 “충분히 시간을 갖고 추후 현충원에도 방문해 화합 의미의 참배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다시 한번 저희 할아버지로 인해 43년 동안 깊은 상처와 아픔 속에 고통받으며 살아온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며 “화합 이후에는 모두가 힘을 합쳐 5·18의 진정한 가해자인 할아버지와 신군부의 죄를 밝혀낼 기회가 생기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전했다.
전 씨는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광주에 머물며 공식·비공식으로 5·18 관계자들과 만나 사죄한 뒤 이달 1일 밤 상경했다. 당초 그는 5·18 부상자회, 특전사동지회와 오는 6일 서울 현충원을 찾아 5·18 진압 작전에 투입됐다가 숨진 계엄군 장병의 묘소를 참배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보류하고 광주행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