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71% 늘어 발행 잔액 68조 글로벌 은행위기에 우량채권 쏠림 일반기업 자금조달 더 어려워질 듯 “전기료 못 올려 2분기도 발행” 관측
전기요금 인상이 보류된 가운데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잔액이 급격하게 불어나고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은행위기 여파로 불안감이 고조되며 우량 회사채에만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올해도 한전채가 투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일반 회사채로 가야 할 자금까지 한전채로 쏠려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던 지난해와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채 발행량이 다시 늘어나자 일반 회사채 발행사들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로서는 신용도가 우수한 한전채가 있다면 굳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일반 기업 회사채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한전채로 시장 자금이 몰리면 비우량 회사채는 물론이고 우량 회사채까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이유다.
최근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보류하면서 적자를 메우기 위한 한전의 채권 발행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에 따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까지였던 한전채 발행액 한도가 5배까지로 늘었다. 경영위기 해소를 위해 긴급 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승인으로 6배까지 늘릴 수 있다.
단, 한전이 회사채로 자금난을 해결하는 것도 결국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어난 적자로 자본금이 쪼그라들면 발행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추정치를 기존 예상치였던 8조6000억 원에서 12조6000억 원으로 늘려잡은 바 있다. 산업부는 올해 한전 적자가 5조 원 이상 발생할 경우 내년 한전채 발행 잔액이 한도를 넘길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얼 상상인증권 채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가격 현실화라는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며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가격을 유지해 물가를 잡고자 한다면 채권 발행 시장의 왜곡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