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촬영에 한 달 걸리기도” ‘길복순’ 넷플릭스 비영어 영화 1위
넷플릭스 제공
“힘내서 더 열심히 하라는 응원인 것 같아요. 그런데 힘들어서 다시는 액션 영화 못 찍겠어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5일 만난 배우 전도연(50·사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이 비영어부문 영화에서 시청 시간 세계 1위를 차지한 데 대한 소감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길복순’은 중학생 딸 길재영(김시아)을 키우는 엄마이자 청부살인업체에서 일하는 킬러 길복순을 그린 액션스릴러다. 전도연의 첫 액션 작품이다.
‘몸 좀 풀린 것 같다’는 평을 들은 건 식당에서의 싸움 장면을 찍을 때였다. 회사 후배인 킬러 한희성(구교환)을 포함해 5명이 한꺼번에 길복순에게 달려드는 장면으로, 촬영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그는 “제일 힘들었던 장면”이라고 꼽았다.
길복순이 매직펜 하나로 킬러 연습생 김영지(이연)를 제압하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전도연은 “저는 어릴 때 그러지 못했는데, 요즘 젊은 배우들은 제 몫을 잘 해내고 개성이 강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했다.
회사 대표 차민규(설경구)는 길복순을 킬러로 기른 인물. 전도연은 “길복순은 차민규에게 존경에 가까운 감정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차민규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지만 서로 가는 길이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킹메이커’(2022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년)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이 전도연을 모델로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극중 길재영은 전도연의 실제 딸과 이름은 물론이고 나이도 같다. 길재영은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고백하고 길복순은 이를 받아들인다. 전도연은 “실제 이런 상황이 되면 길복순처럼 할 것 같다. 그 정도만 커도 품 안의 자식이 아니다. 딸의 인생은 딸에게 맡기고 응원해 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