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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전도연 “힘든 액션, 다시는 못 찍겠어요”

입력 | 2023-04-06 03:00:00

“한 장면 촬영에 한 달 걸리기도”
‘길복순’ 넷플릭스 비영어 영화 1위



넷플릭스 제공


“힘내서 더 열심히 하라는 응원인 것 같아요. 그런데 힘들어서 다시는 액션 영화 못 찍겠어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5일 만난 배우 전도연(50·사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이 비영어부문 영화에서 시청 시간 세계 1위를 차지한 데 대한 소감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길복순’은 중학생 딸 길재영(김시아)을 키우는 엄마이자 청부살인업체에서 일하는 킬러 길복순을 그린 액션스릴러다. 전도연의 첫 액션 작품이다.

첫 액션 촬영은 야쿠자 오다 신이치로 역으로 특별 출연한 배우 황정민과의 대결이었다. 유서 깊은 사무라이검을 든 오다에게 맞선 길복순이 손에 쥔 건 마트에서 산 3만 원짜리 도끼. 전도연은 “황정민 씨가 생각보다 액션 연기를 잘해서 놀랐다”며 “저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몸이 굳어서 연습한 것보다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몸 좀 풀린 것 같다’는 평을 들은 건 식당에서의 싸움 장면을 찍을 때였다. 회사 후배인 킬러 한희성(구교환)을 포함해 5명이 한꺼번에 길복순에게 달려드는 장면으로, 촬영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그는 “제일 힘들었던 장면”이라고 꼽았다.

길복순이 매직펜 하나로 킬러 연습생 김영지(이연)를 제압하는 장면도 화제가 됐다. 전도연은 “저는 어릴 때 그러지 못했는데, 요즘 젊은 배우들은 제 몫을 잘 해내고 개성이 강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고 했다.

회사 대표 차민규(설경구)는 길복순을 킬러로 기른 인물. 전도연은 “길복순은 차민규에게 존경에 가까운 감정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차민규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지만 서로 가는 길이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킹메이커’(2022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년)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이 전도연을 모델로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감독님이 ‘당당한 전도연이 희생적인 캐릭터만 연기하는 데 아쉬움이 있다. 희생자가 아니라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으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했어요. 그 말이 참 감사했어요.”

극중 길재영은 전도연의 실제 딸과 이름은 물론이고 나이도 같다. 길재영은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고백하고 길복순은 이를 받아들인다. 전도연은 “실제 이런 상황이 되면 길복순처럼 할 것 같다. 그 정도만 커도 품 안의 자식이 아니다. 딸의 인생은 딸에게 맡기고 응원해 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