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의원들도 앞다퉈 “복귀 지지” 트럼프 캠프, ‘머그샷 티셔츠’ 판매 기소 결정 5일만에 130억원 모아 바이든, 트럼프 언급 없이 민생 집중
“재선” vs “체포” 갈라진 미국 4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가 ‘트럼프 재선’이라고 적힌 문구를 들어 보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뉴욕 형사법원 앞에서는 트럼프 반대파들이 ‘트럼프 체포’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그의 구속을 촉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싸고 완전히 분열된 미국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AP 뉴시스
미국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과정 및 결과가 내년 11월 미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전에도 이미 야당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의 지지율 1위 후보였다. 기소 후 그를 향한 보수 유권자의 지지가 두터워지면서 경쟁 후보가 맥을 못 추는 조짐이 뚜렷하다. 주요 공화당 인사 또한 “경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속속 선언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여론의 역풍 등을 우려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그 대신 안정적인 지도자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경제 등 민생 챙기기에 주력하고 있다.
● 공화 ‘트럼프 쏠림’ 가속…지지율 1위 굳건
신디 스미스 공화당 상원의원(미시시피)은 4일 “트럼프의 복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토미 터버빌(앨라배마), 마크 멀린(오클라호마), 에릭 슈밋(미주리), J D 밴스(오하이오) 등에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6번째 공화당 상원의원이다.
대배심의 기소 결정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의 보수층 결집 현상이 감지된다. 야후뉴스와 유고브가 지난달 30, 31일 성인 10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화당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2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1%)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가짜 머그샷(범죄자 촬영 사진)이 들어간 티셔츠. 트럼프 캠프는 이 티셔츠를 판매하면서 정치적 반격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 웹사이트 캡처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그의 본선 경쟁력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가 2020년 대선에서 패한 것도 중도 유권자를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번 재판으로 이런 흐름이 더 짙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러 재판에 대비하기 위해 선거 유세에 집중하기 어렵고 이 또한 공화당에 악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2일 경선 출마를 선언한 애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하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바이든, 민생 강조하며 ‘트럼프’엔 침묵
바이든 대통령은 기소 이후 지금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그는 4일 백악관에서 인공지능(AI) 관련 회의를 주재하며 “테크 기업은 대중에 공개하기 전에 AI 제품을 안전하게 만들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날 미국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대통령의 일부 측근이 3분기가 시작되는 올 7월에 재출마를 선언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상황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로이터통신에 “대통령이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혼란에 빠진 모습이 한 화면에 동시에 잡히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내 1위가 굳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내 경쟁자 대신 ‘바이든 때리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이 위협적이고 파괴적인 연합으로 뭉쳤는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