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단이 산업지도 바꾼다〈3〉 지자체들 명운 건 유치 경쟁] 첨단산단 이은 특화단지 후보 놓고… 경기 7곳 등 반도체 분야 도전장 인천 “글로벌 패키징社 많아 적합”… 구미 “소부장 중심 특화단지 희망” 광주-전남 “국내 첫 초광역 단지를”
“예전에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금으로 반도체와 기판을 서로 연결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금속선 없이 바로 반도체와 기판을 부착하는 ‘플립 칩’ 기술이 대세로 떠오르는 중입니다.”
4일 인천 중구 영종도에 위치한 반도체 패키징 전문기업 스태츠칩팩코리아에서 만난 관계자는 K반도체의 미래기술 중 하나로 ‘패키징’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한국 반도체가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반도체 후공정에 대한 기술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 선도국이지만 후공정 기술은 경쟁국 대만보다 수년가량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인천이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첨단특화단지) 대상으로 선정된다면 한국 반도체 후공정 기술 경쟁을 위한 핵심 동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 첨단특화단지 선정 ‘최후의 전쟁’
첨단특화단지 분야 중 지자체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반도체다. 2월 말까지 진행된 공모에서 경기도에서만 용인, 화성, 이천, 평택, 안성, 고양, 남양주시 등 7개 기초지자체가 지원했다. 인천, 광주-전남, 경북 구미, 대전 등을 합치면 15곳가량이 도전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인천은 반도체 첨단 패키징 분야를 앞세워 첨단특화단지 선정을 노리고 있다. 인천에는 앰코테크놀로지 스태츠칩팩코리아 등 글로벌 패키징 기업들이 있다. 또 인천국제공항이 인접해 완제품 수출입에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첨단특화단지가 조성되면 약 13조4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4만5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인천시의 분석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반도체 특화단지가 조성되면 남동산단은 소재·부품·장비, 송도는 R&D, 영종도는 패키징을 각각 담당하는 첨단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 반도체 노리는 지자체들
비수도권의 유치 열기도 만만치 않다.
경북 구미시는 수도권과 달리 소부장 중심의 첨단특화단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인 SK실트론과 LG이노텍 등의 수조 원대 투자를 이끌어낸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구미시 관계자는 “직원들이 지역을 살리기 위해 왕복 500km가 넘는 거리를 넘나들며 서울 국회와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오가고 있다”며 “구미가 최적지라는 사실을 납득시켜 첨단특화단지를 유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공동 유치전에 나서며 ‘국내 유일 초광역 특화단지’를 내세우고 있다. 두 광역지자체는 지난해 7월 반도체 첨단특화단지 유치를 상생 1호 협력 사업으로 정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집적단지, 에너지밸리, 나주 혁신산단 등과 연계하면 경기도를 능가하는 반도체 요충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대덕연구단지를 거점으로 한 풍부한 반도체 인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달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된 데 이어 첨단특화단지 유치까지 달성해 지역 발전의 기틀을 굳힐 계획이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구미=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