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년, 4大 관전 포인트]
“1분 1초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내년 총선 준비에 나서야 한다.”(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총선에서 지면 민주당뿐만 아니라 내 정치 인생도 어려워진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총선 준비 모드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만에 열리는 내년 총선의 승패가 향후 정국 주도권은 물론이고 2027년 대선 성패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내세울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해야 원내 1당으로서의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당 내홍이 적지 않은 가운데, 총선 패배 시 당의 존립이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도 당내에서 나온다.
與, 친윤-檢출신 대거 공천 전망… 野, 이재명 체제 완주 여부 주목
李 추가 영장-재판 계속땐… 총선전 선제적 결단 가능성
① 민주당 대표 리스크?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체제’로 내년 총선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고비를 한 차례 넘겼지만 검찰의 추가 영장 청구가 예상되는 데다 재판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비명(비이재명) 진영을 중심으로 ‘이재명 퇴진론’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 대표 체제를 지지하는 의원들은 “어차피 이재명 외에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딸’(개혁의 딸)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집토끼’ 단속을 위해서도 이 대표가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친명(친이재명)계의 한 의원은 “이 대표 외에는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고 견인할 만한 전국구 인물도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친명계에선 이 대표의 올해 말경 ‘질서 있는 퇴진론’을 꺼내들었다. 이 대표도 최근 의원총회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떠한 일도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은 ‘시스템 정당’이기 때문에 이 대표의 재판 출석이 당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선거를 두세 달 앞두고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출마여부 최대 관심… “검사 최대 60명 출마” 소문
② 국민의힘 공천 물갈이?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여권의 관심사 중 하나는 검사 출신 인사들의 공천 규모다. 한 여당 의원은 “최대 50∼60명에 달하는 검사, 또는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출마할 거라는 말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검찰 출신 출마 후보군 중 대표적인 인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여권은 물론이고 야권에서도 한 장관의 출마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 3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11%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20%)에 이어 2위를 기록한 한 장관이 출마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5일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의 서울 송파 출마설이 나왔지만 한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최근에 송파구 쪽에 가본 적도 없다. 저와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주진우 대통령법률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 등 대통령실 인사들도 꾸준히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 여권 인사는 “일부 인사들은 구체적인 출마 지역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권마다 옛 청와대 출신들이 총선에 대거 출마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여당 지도부도 윤석열 대통령을 내세워 총선을 치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여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검사, 대통령실 출신들이 대거 ‘낙하산 공천’을 받으면 선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 뛰어든 김학용, 윤재옥 의원이 공천과 관련해 “이기는 공천을 하겠다”, “공정한 경쟁을 붙이겠다”고 약속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 역시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고 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당이 그렇게 녹록한 조직이 아니다”며 “검사 출신 공천자는 많아야 10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당 대치에 국민들 반감 커… 김종인-금태섭 세력화 꿈틀
③ 제3지대 등장? 제3지대 구축을 모색하려는 정치권 일각의 움직임도 시작된 분위기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은 국회에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모임’ 토론회를 연다. 김 전 위원장은 통화에서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나라의 장래에 관심이 없어 시민들의 불신이 크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도 통화에서 “상대방의 잘못만 부각해 비교우위를 차지하려는 정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토론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야권 관계자는 “169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제1야당 대표와의 회동도 거부하는 대통령실 등 야당과 정부·여당 간 불협화음에 유권자들이 지쳐가고 있다”며 “총선을 계기로 윤석열도, 이재명도 다 싫다는 사람들의 표심을 잡아보겠다는 구상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올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제3지대를 이끌어갈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이 없다는 점은 현실적 한계로 꼽힌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했던 안철수 의원 같은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영호남에 탄탄한 지역 기반을 둔 양당과 달리 제3지대가 자리잡을 지역도 마땅치 않다. 여야 모두 선거제 개편 논의 자체에 소극적이라 제3지대에 공간을 내줄 선거제 도입도 확실하지 않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제3지대가 등장하려면 양당이 분열하고, 선거제가 제3지대에 유리하게 개편되는 등 외부 요소가 우선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유권자 29% 지지정당 없어… 尹 지지율따라 출렁일듯
④ 무당층 표심 향방은? 여권 고위 관계자는 5일 1년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무당층의 마음을 잡는 쪽이 결국 승리하게 될 것이란 의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은 29%에 달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18%였던 무당층이 1년 사이 크게 늘어난 것.
이런 무당층의 증가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실망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 등으로 인해 지지를 접은 유권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과 국민의힘,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나란히 30% 선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4월 10일 총선에서 무당층의 결정은 결국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5일 “대체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이상이면 무당층은 집권 여당 쪽으로 기우는 ‘밴드왜건’ 현상이 발생한다”며 “결국 무당층의 최종 판단 기준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 또는 재판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총선이 다가오면서 보수, 진보 진영에 속하지 않은 무당층 구애에 나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가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공개 활동 중단을 지시한 건 김 최고위원의 극우적 발언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 역시 최근 이 대표가 직접 나서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을 향해 “내부 공격을 멈춰 달라”며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