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8년 버틴’ 학폭 소송 망친 권경애 변호사…재판 불출석 허무한 패소

입력 | 2023-04-06 11:19:00

‘조국흑서’ 권경애, 학폭 소송 3회 불출석
패소·비용 뒤집어쓴 피해자 母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가 지난 2020년 9월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흑서) 저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2020.9.25/뉴스1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의 유족을 대리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던 ‘조국 흑서’ 공동저자 권경애 변호사가 재판에 세 차례 재판에 불출석해 소가 취하됐다. 이 재판은 피해자 유족이 8년 동안 끌어온 소송으로 알려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2부(부장판사 김봉원)는 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이기철 씨가 학교법인 및 가해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지난해 11월24일자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항소가 취하된 이유는 소송당사자가 재판에 3번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민사소송법상 대리인 등 소송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해도 변론을 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 사건에선 2회 기일 동안 원·피고 쌍방이 불출석한 후 원고 측 대리인이 기일지정신청을 했으나 새로 정한 기일에도 다시 쌍방이 불출석해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박 양은 지난 2015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듬해 이 씨는 교육청과 학교, 가해자 등 3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리는 권 변호사가 맡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이들 중 1명의 손해배상 책임만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대리인인 권 변호사의 세 차례 불출석으로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고 패소가 확정됐다.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선 모두 항소 취하됐다.

이 씨 사건 항소심 기일은 지난해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에 열렸는데 권 변호사는 모두 불출석했다.

이 씨는 패소 사실을 지난달 말에야 권 변호사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 씨는 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소송 진행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도무지 연락이 없는 변호사에게 그동안 전화를 연거푸 해도 받지를 않았다”며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피해자를 두 번 죽인 것이고 자식 잃은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으로 밀었다”고 적었다.

이 씨가 떠맡게 될 소송비용도 큰 문제로 떠올랐다. 항소가 취하된 경우 소송비용액 확정 사건을 통해 소송비용의 부담을 결정하게 되는데 서울시교육청 측은 지난달 23일 이미 이 씨를 상대로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씨는 1심에서 승소했지만 2심에서 항소 취하로 패소가 확정된 피고에 대한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