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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교 붕괴사고 ‘중대시민재해’ 첫 사례 되나…경찰 “가능성 수사”

입력 | 2023-04-06 14:11:00

5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 보행로 일부 구간과 난간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이 사고로 30대 여성 A씨가 숨지고 30대 남성 B씨는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2023.4.5/뉴스1


경찰이 ‘분당 정자교 인도 붕괴사고’를 두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요소가 적용되는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이번 사건이 중대시민재해 요건에 충족하는 만큼 법적용에 대한 첫 사례가 될지도 주목된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전날(5일) 오전 9시45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정자교 인도 붕괴사고와 관련돼 수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해 수사를 한다, 안한다고 언급하기는 어려우나 요건이 충족되는 것은 맞다”며 “따라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 2조1에 따르면 중대재해란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말한다.

2조의3을 보면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의 원인으로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이다.

이때의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되는 교량의 경우는 100m 이상일 때인데 총 110m 길이의 정자교 인도가 이에 해당한다. 경찰이 요건에 충족된다는 밝힌 근거에는 이같은 정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5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정자교 보행로 일부 구간과 난간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 출동한 소방 구조 대원 등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 사고로 30대 여성 A씨가 숨지고 30대 남성 B씨는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2023.4.5/뉴스1

고용노동부는 산업현장 근로자들이 사고 등 피해를 입었을 때 중대산업재해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반면, 특정다수 시민이 피해를 보는 중대시민재해 여부는 경찰이 수사한다.

법령의 적용대상은 사업주 또는 대표이사와 같이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지방자치단체장도 이에 해당한다.

경찰은 전날 분당구청 교량관리 팀장, 직원 등 2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분당구는 2022년 8월29일~11월26일 교량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했고 정자교는 A~E 등급 중 ‘양호’인 B등급 판정을 내렸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지난해 이뤄진 정기안전점검에서 정자교에 대해 내린 양호 판정 등 관련사안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정자교 바닥판 표면보수 및 단면보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보면 경찰은 ‘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이 있었는지 여부를 입증하려는 취지가 보인다.

만약 이번 정자교 인도 붕괴사고가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된다면 지난해 1월 법 시행 후, 첫 사례가 된다.

지난해 4월27일 전남 순천지역 소재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50대 여성이 연못(워터해저드)에 빠져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수심 4m 깊이에 빠졌는데 경찰은 수사단계에서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하려 했으나 골프장이 중대재해 적용시설로 보기 어렵다는 관계기관의 말에 따라 적용하지 못했다.

경찰은 7일 오전 10시30분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사고가 발생한 정자교 일대를 대상으로 합동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또 이 사고로 숨진 A씨(40·여)의 명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영장을 신청해 국과수에 의뢰했다. 부검은 현재 끝난 상태다. 경찰은 추후 사인을 밝힐 방침이다. 이 사고로 다친 B씨(29)는 아주대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은 안전점검과 보수공사를 맡은 공사업체 관계자도 추후 소환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붕괴된 정자교 인도는 1993년에 준공, 30년된 다리다. 인도는 교량 준공 시 함께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성남=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