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미중 갈등 소용돌이 속에 한국은 미국발(發) 투자가 늘어나는 반사이익을 얻기는 했지만 중국과의 교역이 끊긴다면 손실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세계 어느 국가든 미국 또는 중국 어느 한 진영을 택하지 않는다면 그 국가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5일(현지 시간) 일부를 공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2020년 4월부터 2022년까지 FDI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5~2020년 3월) 대비 약 20%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 베트남에 대해서는 반도체 등 직접투자를 대폭 줄였고 그 반사이익을 한국과 캐나다가 얻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추진하는 ‘프렌드 쇼어링’(동맹 간 공급망 연대)이 실제 투자에도 반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미국 중심 무역질서를 다시 쓰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타이 대표는 이날 미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맞서 동맹들과 공동 대응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인도나 인도네시아처럼 양 진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면 FDI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IMF는 지적했다. 이 국가들이 향후 어느 진영으로 넘어갈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를 더욱 줄이게 된다는 것이다.
IMF는 또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지원법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FDI의 블록화를 촉발하는 요인이라고 짚으며 FDI 감소로 세계경제생산의 2%가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독일, 한국의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은 리쇼어링(자국 회기 정책)으로 인해 FDI 감소 취약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