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만다린’ 국내 귤과 맛 비슷 당도 더 높고 가격은 전보다 낮아 이마트 등 유통업체들 본격 수입 美서도 인기 늘어 재배농가 확산
미국 캘리포니아주 ‘원더풀 시트러스’ 감귤 농장에서 근무자들이 감귤을 수확하고 있다. 원더풀 시트러스는 북미 시장 60∼70%를 점유한 미국 최대 감귤 회사로, 캘리포니아에서만 2만5000에이커(약 1017㎡) 규모의 농장을 보유하고 있다. 델라노=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지난달 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델라노에 위치한 한 농장. 제철 맞은 주황색 만다린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만다린은 미국산 감귤 품종으로, 당도나 산도가 미세하게 다를 뿐 우리나라의 감귤과 맛이 거의 비슷하다. 만다린 열매가 맺혀 있는 4월까지는 언제라도 수확해 바로 출하할 수 있도록 열매가 달린 상태로 놔두고 있었다.
봄에 수확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산 감귤이 올해부터 이마트 등 국내 업체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수입된다. 일반적으로 국산 감귤은 겨울이 제철이어서 2월부터 비축량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3∼4월은 ‘감귤의 비수기’로 꼽혔다. 하지만 미국산 만다린이 들어오면서 봄철에도 감귤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날 농장에서 만다린을 하나 따 먹어 보니 일반 감귤보다 더욱 새콤한 맛과 더불어 진한 단맛이 느껴졌다. 그 자리에서 당도를 측정해보니 14브릭스(당도 측정 단위)였다. 최상품 제주 감귤이 12브릭스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당도가 훨씬 높았다. 이 농장을 관리하는 과일회사 ‘원더풀 시트러스’의 뱃시 씨는 “숙성이 완전히 진행될 경우 15브릭스까지도 물이 오른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처음으로 원더풀 시트러스에서 생산된 미국 만다린을 시범 수입해 판매한 데 이어 올해는 계약 물량을 10배로 늘렸다. 봄에도 감귤 수요가 높다고 판단해서다. 국산 감귤이 소진되는 3, 4월에 약 10∼11개의 컨테이너분을 들여와 매장에서 팔고있다. 무게로는 160톤에 달하는 감귤이 들어오는 셈이다. 한국에서 하우스감귤이 5월부터 출하되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만다린으로 감귤 공백기를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봄철에도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감귤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가격도 100g당 1000원 안팎으로 이전보다 15%가량 낮다”고 말했다.
미국산 감귤 수입은 현지 사정과도 맞아떨어졌다. 지난 몇 년간 미국 시장에서 오렌지 대신에 껍질을 까기 쉬운 감귤이 인기를 얻으면서 현지 업체들도 생산을 늘렸다.
델라노=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