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정자교 보행로가 5일 무너져 다리를 건너던 40대 여성이 추락해 사망하고, 20대 남성이 중상을 입었다. 숨진 여성은 정자역 인근 미용실로 출근하기 위해 다리를 건너던 중에 변을 당했다. 사전 조짐 없이 순식간에 100여 m 길이의 북측 보행로 가운데 절반가량이 붕괴하는 바람에 피해자들은 미처 피할 겨를조차 없었다고 한다.
1993년 완공된 정자교는 분당 아파트 대단지와 탄천 건너 신분당역 정자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다리다. 정자교 근처에는 초중고교와 상가가 밀집돼 있다. 평소에 직장인과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교량 밑으로는 산책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출퇴근 시간대에 무너졌다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졌을 수도 있는 아찔한 사건이었다.
이 다리가 정기 안전점검을 받은 지 불과 4개월 만에 무너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1월 끝난 정기점검에서는 “정밀 안전점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과 함께 양호(B) 등급을 받았다. 2021년 실시된 정밀 안전점검에서는 교량 노면에 균열이 발견돼 보통(C) 등급 판정을 받은 뒤 보수 공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균열만 보수했을 뿐 구조적인 결함은 들여다보지 않은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올해 1월 갑자기 휘면서 주저앉은 서울 도림육교 역시 한 달 전 실시된 정기점검에서는 우수(A) 등급으로 평가됐다. 교량 안전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곳곳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