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韓日 선의의 경쟁 상대 됐지만 문재인-아베 정권이 후진성과 과오를 보여 日과의 공존 정책은 역사의 바른 길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80년이 지났다. 그 기간에 세계 역사는 많은 발전적 변화를 성취했다. 식민지가 사라졌고 무력이나 정권에 의한 탄압과 지배는 배제되었다. 일부 공산권과 후진 국가를 제외하고는 자유·평등·번영을 위한 민주정치 대열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전쟁의 주범이었던 독일 국민들의 참회와 속죄가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적대 국가들까지 공존과 발전에 동참하게 했다. 수백 년 적대 관계에 있던 독일과 프랑스의 화해는 유럽 평화의 기초를 재건케 했다.
영국과 인도의 식민 정책은 현상을 유지하면서 우호 관계를 확립시켰다. 인도계 영국인이 영국의 총리가 되었는가 하면, 영국 국회 의사당 뜰에 있는 간디의 동상은 영국 정치 지도자들보다도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은 2차대전 때 일본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인명 피해는 물론 경제적 손실도 극심했다. 그러나 패전국인 일본에 대해서는 큰 나라다운 긍지를 유지했다. 세월이 지나면 두 나라는 아시아의 영도국이 되려는 선의의 경쟁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어떠했는가. 일제강점기에는 국외 무대에서 군사 정치적 독립투쟁을 전개했고, 국내에서는 사회 각계에서 일본인보다 앞서는 인재를 키우면서 일본 정권과의 비(非)·반(反)협력의 투쟁을 지속했다. 그러나 해방이 되면서 그런 항일적인 투쟁은 끝났다. 일본과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견제 협력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공존의 가치와 미래를 찾아가는 위상으로 바뀌었다. 박정희 정권 때는 일본으로부터 일제 강점 기간의 피해 보상을 받은 바 있으나, 그것은 일본의 당연한 사죄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본과 동등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동 번영의 의지를 다져 정치와 국민 간에서도 폭넓은 양해가 성립되었다. 특히 공산독재 국가들의 위협이 심각해질수록 두 나라의 협력과 결속은 굳건해지고 있었다.
국제적으로 배제된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을 종미(從美) 친일 정권으로 보고, 북한 정권만이 민족의 정통성을 계승한 유일한 정부라고 계속 주장해 왔다. 그 뜻을 수용한 한국 내 일부 좌파들이 항일은 미국을 배제한 민족의 정도(正道)이며, 일본에 대한 투쟁은 정치적 필수 과제라고 선전해 왔다. 문재인 정부도 그런 친북적 전통을 수용하는 과오를 범했다. 일본은 여전히 함께할 수 없는 국가이며, 때로는 친중국적 정치가 북한과의 통일에 도움이 된다는 암시까지 보여주었다. 심지어 친일은 매국노의 후예들이며, 이승만 박사는 있어도 이승만 대통령은 수용할 수 없다는 발언까지 삼가지 않았다.
그 결과로 나타난 사건 중의 하나가 일본 미쓰비시회사와 징용 문제 배상 사건이다. 자연 발생보다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조작한 느낌을 주었다. 지금 이재명을 대표로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발언과 주장이 바로 그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민주당 강경파의 자세는 해방 이전보다 더 심각하고 노골적이다. 그런 한국 내의 사태를 보면서 일본의 아베 정권은 군국주의 일본을 대변하듯이 혐한(嫌韓) 자세와 경제적 압박을 감행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에 한국 경제가 대만보다 뒤지는 결과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 민족의 장래나 세계 역사의 미래보다 정권 유지와 친북 정책을 우선시해 국가적 큰 손실을 초래했다. 후일의 역사는 문재인 정부와 아베 정권의 후진성과 과오를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들은 이전 정부 인사와 민주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의 공존 정책을 찬성하는 이유와 명분을 높이 평가한다. 그것이 세계사가 열어준 역사의 바른 길이다. 그 동반 협력에 따르는 일본과의 선의의 경쟁이 세월이 지나면 아시아와 세계에, 민주정치와 시장경제에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 후대에 이르러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정신문화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문제는 나 같은 일제강점기 세대의 양보와 협력, 현 세대들에 의한 지혜로운 선택과 양해에 있다. 과거의 연장은 국가적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한다. 현재의 잘못된 선택과 정권욕은 역사의 희망을 거부, 포기할 뿐이다. 젊은 세대의 세계시민적 육성을 위한 선택과 협력을 뒷받침할 때가 됐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