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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합성연료를 앞세운 내연기관의 반격

입력 | 2023-04-07 03:00:00

김도형 기자


최근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신규 승용차, 승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아예 금지시키는 규정을 확정지었다. 2035년을 기점으로 하는 내연기관차 퇴출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새 규정에는 재미난 예외 조항이 하나 있다. 합성연료를 쓰는 신차는 2035년 이후에도 판매될 수 있다는 조건이다. EU에서 가장 위상이 높으면서 내연기관차 강국인 독일의 강력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이런 규정을 통해 주목받는 합성연료는 전기 기반의 새로운 연료를 뜻하는 ‘이-퓨얼(E-Fuel)’이다. 이-퓨얼은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고 여기에 이산화탄소나 질소를 합성해서 만드는 새로운 개념의 연료다. 이렇게 탄소 배출 없이 생산된 ‘E-가솔린’ ‘E-디젤’ ‘E-항공유’ 등은 기존의 내연기관에 그대로 쓰일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진다.

탈탄소라는 거대한 흐름에 떠밀린 친환경차 대전환의 현재 주인공은 전기차다. 전기차는 적어도 운행 과정에서는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 넓히면 전기차의 약점도 보인다.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 생산 때문에 리튬, 니켈, 코발트 같은 광물은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전기차 충전 때문에 확충해야 할 전력 인프라 규모도 엄청나다. 모두 막대한 재정적, 환경적 비용이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전기차는 배터리 때문에 동일한 사양의 내연기관차보다 20% 이상 더 무겁다.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내연기관 경쟁력을 보유한 독일의 요구를 EU가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은 내연기관의 의미 있는 반격이라 할 만하다. 독일에서는 포르셰와 아우디 등의 기업들이 이미 이-퓨얼 관련 연구와 시험 생산에 나섰다. 도요타, 닛산 같은 일본 완성차 기업들도 합성연료 연구에 착수했다.

물론 합성연료를 활용하는 내연기관차가 정말로 전기차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주유소 같은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퓨얼 역시 생산 과정에서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퓨얼은 100km 주행을 위한 연료를 제조할 때 필요한 전력 소비량이 전기차의 7배에 가깝다. 수소전기차와 비교해도 3배 이상 크다.

그럼에도 합성연료와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등장은 친환경차 전환에서 전기차 이외에 다양한 해법이 제시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단순히 차가 달리는 그 순간만이 아니라 차의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전 과정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는 방식이 확산되면 친환경차 포트폴리오에는 다양한 차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퓨얼을 쓰는 내연기관차가 자리를 잡는다면 이-퓨얼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역시 친환경차로서의 가치가 높아진다. 친환경차의 미래는 여전히 결말이 열려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