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들 둔 판츠베덴 서울시향 차기 감독 제안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협연 “바이올린 연주할때 마음 차분해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7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 1악장을 협연하는 자폐스펙트럼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공민배가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같은 곡을 연주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멋진 연주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저는 음악이 전부예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바이올린계의 우영우’ 공민배(19)가 얍 판츠베덴 서울시향 차기 감독과 호흡을 맞춘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7일 열리는 ‘서울시향이 드리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 1악장을 협연한다. 이 콘서트는 셋째 아들이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판츠베덴 감독이 올해 1월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제안해 성사됐다.
공민배는 열두 살 때 바이올린 독주회를 열었고 2021년 전국 학생 온라인 콩쿠르 대상을 받았다. 서울시향의 사회 공헌 콘서트에도 세 번 출연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바이올린을 할 때는 좋은 생각이 들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멘델스존 협주곡은 우아하고 감미로워서 좋아한다”고 밝혔다.
좋아하는 음악가로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아네조피 무터,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오닐을 꼽았다. 취미를 묻자 그는 “관현악 동영상을 틀고 지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판츠베덴 지휘자에 대해서는 “완전 좋아요. 그냥 좋아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어머니 임미숙 씨는 “민배가 처음엔 사람과 눈도 못 마주치고 작은 소리에도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했다. 식사와 용변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음악을 한 뒤 달라진 게 너무 많다. 지금은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말했다.
“민배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맡아줄 데가 없어 음악학원에 맡겼어요. 짧은 레슨을 마치면 자기 혼자 집중해서 나머지 시간을 악기와 씨름했죠.”(임 씨)
이날 간담회에 깜짝 방문한 판츠베덴 감독은 “민배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한다. 리허설 때 그를 배려해 천천히 맞춰줬더니 빨리 해달라고 주문하더라”며 웃었다.
판츠베덴 감독은 고국 네덜란드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이들의 사회 진출 준비를 돕는 ‘파파게노 하우스’ 네 곳을 운영 중이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파파게노 하우스의 스포츠 시설에 도움을 주고 있다.
7일 콘서트에서는 공민배의 협연 외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라벨 볼레로 등이 연주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