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오늘 5곳서 개막 이숙경 감독, 英 테이트 경험 살려 동선 최대한 넓히고 설명 최소화 쉽고 친절하게 ‘치유 메시지’ 전달
유지원 작가의 작품 ‘한시적 운명’(2023년). 광주=뉴시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예술의 힘에 관심 있는 작가를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습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을 맡은 이숙경 영국 테이트모던 국제미술 수석큐레이터(54)는 5일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7일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는 도덕경 78장 ‘유약어수’(柔弱於水·세상에서 물이 가장 유약하지만, 공력이 아무리 굳세고 강한 것이라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다)에서 차용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란 주제로 전 세계 79명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 광주에서 보는 테이트 큐레이팅
이 감독의 광주비엔날레는 쉽고 친절하되, 원하는 사람에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테이트 미술관의 큐레이팅을 연상케 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작품으로 압도하는 통상의 비엔날레와 달리 작품 수를 줄이고 가벽도 최소화해 동선을 넓게 확보했다.
과테말라 출신 작가 에드가르 칼렐의 ‘고대 지식 형태의 메아리’(2023년). 광주=뉴시스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의 첫 번째 섹션 ‘은은한 광륜’에 말레이시아 작가 그룹 팡록 술랍이 5·18민주화운동을 형상화한 목판화(가운데)와 한국의 유명 판화 작가 오윤의 작품(뒤쪽 벽)이 함께 전시돼 있다. 왼쪽 벽면에는 여성의 일상 공간을 표현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출신 작가 파라 알 까시미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광주=뉴시스
● 각자의 자리에서 치유와 연대로
전시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였다. 전시 구성도 소주제인 광주 정신(은은한 광륜)에서 탈근대주의(조상의 목소리), 탈식민주의(일시적 주권), 생태·환경(행성의 시간들) 등 큰 주제로 점차 확장된다. 이 감독은 “모든 것은 구체적 이야기에서 시작되며, 그러한 목소리가 더 진정성이 있고 멀리 퍼질 수 있다”고 했다. 예술가들이 각자가 처한 개별적인 상황을 깊이 파고들면, 사회의 중요한 문제나 지구적 이슈까지 닿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광주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전시된 일본 작가 모리 유코의 작품 ‘I/O’. 광주=뉴시스
전시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 아트폴리곤, 무각사, 예술공간 집까지 총 5개 장소에서 펼쳐진다. 7월 9일까지. 5000∼1만6000원.
광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