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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 “대만 방어 확실히 해야” 강조…中, 대만해협 항모 출격

입력 | 2023-04-07 03:00:00

하원의장, 차이잉원과 ‘美본토 회동’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 테이블 왼쪽에서 세 번째)이 5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미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오른쪽 테이블 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미 하원의원들과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후 미 본토에서 대만 총통이 하원의장을 만난 것은 처음이어서 중국은 거세게 반발했다. 시미밸리=AP 뉴시스


미국 권력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5일(현지 시간) 방미 중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만난 자리에서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후 44년간 고수했던 ‘전략적 모호성’ 정책의 폐기 필요성을 거론하며 “대만 방어에 대한 전략적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겉으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되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미 국방예산 편성권을 지닌 의회 수장이 이 정책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대만을 방어하자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대만을 미중 관계의 ‘레드라인’(금지선)으로 규정한 중국은 격렬히 반발했다. 5일 항공모함 ‘산둥함’ 전단을 대만해협으로 보냈고 대만 선박에 대한 선상 검사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또한 상응 조치를 경고해 중국과 대만이 우발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 매카시 “대만 방어 전략적 명확성 필요”

매카시 의장은 이날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차이 총통과 약 2시간 동안 오찬을 포함한 회담을 했다.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공화당), 피트 아길라 하원의원(민주당) 등도 동석해 대만에 대한 미 정계의 초당적 지지를 보였다.

매카시 의장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만에 미 무기를 판매하는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차이 총통과도 이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명확성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특히 냉전 당시 ‘반공’을 기치로 자유 진영을 이끈 레이건 전 대통령이 당시 대만에 무기 판매, 실질적인 주권 인정 등이 담긴 ‘6개 보장’을 약속했다며 “이를 이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갤러거 위원장 또한 “하푼 미사일을 대만에 먼저 배치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싶다”고 했다. 지상에서 해상 함대를 공격하는 하푼 미사일은 중국군의 대만 상륙을 저지할 수 있는 핵심 무기로 꼽힌다.


● 中 “대만 선박 검사” vs 대만 “상응 조치”
중국 외교부, 국방부,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미 중국대사관 등 5개 기관은 동시에 별도의 성명을 발표하며 미국과 대만을 거세게 비판했다. 특히 주미 중국대사관은 매카시 의장에게 별도의 항의 이메일을 보내 “가만히 지켜보지 않겠다”며 노골적인 위협을 가했다. 이날 미국 내 친중 시위대도 레이건 도서관 주변 상공에 ‘하나의 중국,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쓴 현수막을 내건 경비행기를 비행시켰다.

중국의 군사 위협도 강화됐다. 대만과 일본 정부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 3척으로 구성된 산둥함 전단과 군용기 1대를 대만과 약 370km 떨어진 곳으로 보냈다. 이곳은 일본 오키나와현 하테루마섬과도 불과 210km 거리여서 일본 또한 긴장하고 있다.

중국 푸젠성 해양안전국은 5∼7일 대만해협 최전선인 중국 핑탄섬과 대만 마쭈섬 해협을 지나는 대만 선박에 대해 직접 선상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대만 해상항만국 또한 “선상 검사는 양안 협정 위반이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맞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은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를 긴장 고조의 그 어떤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또한 “중국의 군사 자산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