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잘못알아 본사 방문 허둥지둥 기자간담회 장소도 수차례 바뀌어 결국 反원전 시민단체 면담만 與 “日까지 가서 가짜뉴스 한심”
길거리서 기자회견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방출저지대응단 소속 윤재갑, 양이원영, 위성곤, 윤영덕 의원(왼쪽부터)이 6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도쿄 본사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이원영 의원실 제공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문제를 확인하겠다며 6일 방일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양이원영 윤영덕 윤재갑 의원이 결국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 임원을 만나지 못했다. 위 의원 등은 도쿄전력 측에서 “사전 약속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며 가로막자 거리에서 현수막을 펼치고 기자회견을 했고, 이를 지켜보던 직원에게 원전 오염 관련 자료 요청서를 전달했다. 28분으로 일정은 끝이 났다.
2박 3일 일정으로 이날 일본을 찾은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현장 확인 국회 방문단’ 의원들의 행보는 시종 좌충우돌이었다.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을 비롯한 일본 측 주요 정치인들과의 면담도 불발됐다.
이들은 7일 후쿠시마에서 기초자치단체 의원, 동일본대지진 피난민 등을 만나고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을 방문한다. 앞서 5일(현지 시간)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처리 과정을 검증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중간보고서를 통해 일본 당국의 방류 감시체계는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 “통역한테 사흘 전 시간 비는지 연락 와”
민주당 방일 의원들은 이날 입국 후 도쿄 나카노구의 17㎡ 원룸 아파트를 개조한 임대 회의실에서 탈원전 및 매립 반대 활동을 해 온 구마모토 가즈키 메이지가쿠인대 명예교수와 면담했다. 스마트폰으로 1시간에 1100∼9400원에 예약할 수 있는 곳이다. 이어 원전 반대 운동을 펼치는 시민단체인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의 반 히데유키 대표 등을 만났다. 양이 의원이 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할 때부터 교류했다는 반 대표는 “사흘 전 통역하는 분에게 ‘6일에 시간 비느냐’고 전화가 왔다. 시간 있다고 했더니 어제 일정을 통보받았고 오늘 만나게 됐다. 의원 측 연락은 없었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 장소는 수차례 바뀌었다. 이들은 앞서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간담회를 갖겠다고 했다가 도쿄의 한 시민단체 회의실로 장소를 바꿨고, 결국 도쿄전력 본사 앞에서 약식 회견 형태로 진행했다. 방문단 관계자는 “대사관에서 너무 협조를 안 해줬다”고 설명했다. 대사관 측은 “특정 정당 의원들만 왔을 때 장소를 빌려준 전례가 없다”고 난색을 보였다. 애초 확보했다던 시민단체 회의실은 오후 4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양이 의원실 비서관은 “1월 초부터 후쿠시마 방문을 준비했는데 지난주 방문을 추진 중이라는 기사가 나가 그걸 계기로 일본에 왔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준비는 닷새가량 걸렸다는 뜻이다.
● 문재인 정부 공식 입장에 “개인 돌출 발언”
이날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도쿄전력 본사 방문에도 해프닝이 있었다. 의원들은 애초 도쿄전력 신주쿠 사옥을 가겠다는 안내문을 배포했다. 하지만 여기는 본사가 아닌 도쿄전력 송배전 자회사 ‘도쿄전력 파워그리드’의 지사가 입주한 곳이다. 뒤늦게 파악하고 도쿄 지요다구 본사로 목적지를 수정했다. 의원들이 도착했지만, 도쿄전력 본사 경비들은 사전 약속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방문단 의원실의 한 비서관은 “기자회견 도중 시위 현장을 보고 있던 도쿄전력 직원에게 요청서를 줬다”고 말했다. 위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IAEA의 평가에 대해 “우리가 만난 일본 전문가도 신뢰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더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21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여건이 마련되고 IAEA 기준에 맞는 적합성 절차에 따라 된다면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개인의 발언, 돌출적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대표라는 사람이 가짜뉴스와 다름없는 허위 사실을 퍼뜨리면서 일본까지 달려가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라고 비판했다. 일본 TBS 방송은 민주당 의원들의 후쿠시마 방문 뉴스를 전하면서 “여당으로부터 ‘반일 퍼포먼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