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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코로나 단계 낮춰도 이어가지만…곳곳 지뢰밭

입력 | 2023-04-07 11:57:00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소아·응급·비대면 진료’ 관련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4.5/뉴스1

코로나19 위기상황에 따라 한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5월 중 금지될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와 집권 여당이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시범사업 명목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기로 했다.

법적 근거는 이어가겠다는 방침인데 비대면 진료를 강력히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고 초진 포함 여부, 의료수가 문제, 약 배송 허용 등 쟁점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못한 상태다.

◇시범사업으로라도 비대면 진료 이어간다…“법적 근거 유지목적”

코로나19의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였던 터라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오는 5월 ‘경계’로 하향된다면 현행법에 따라 종료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5일 국회에서 열린 ‘소아·응급·비대면 진료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장 불편을 느낄 국민이 많다”며 “이어갈 방안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 성과를 바탕으로 국민 의료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일부 우려에 대한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 조속히 제도화하겠다”고 답했다.

이때 주 원내대표가 거론한 게 ‘보건의료기본법’을 근거로 한 시범사업이다.

22일 ‘소아전용’ 의료상담센터인 서울 서초구 연세곰돌이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송종근 대표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 중인 소아의 보호자와 통화하며 비대면진료를 하고 있다. 2022.2.22/뉴스1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새로운 보건 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간 진행된 한시적 비대면 진료도 이 법 조항 외에도 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해왔다. 하향 직후에는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입법은 별도로 추진한다는 게 당정 구상이다.

복지부는 대면 진료 원칙하에 비대면 진료는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하되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을 금지한다는 원칙을 대한의사협회와 협의 후 마련했다.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형성된 상태다. 특히 약사 출신 의원들이 선봉에 서서 제도화를 비판하고 있다. 대한약사회가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국회 복지위 소속 야당 의원들을 일일이 만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취지와 정부 방침을 간곡히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는 물론 의협과 약사회, 플랫폼 업계, 소비자·환자 이견 커

향후 관건은 구체적인 적용 방식이 될 전망이다. 복지부가 제도를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한 뒤에는 의협과 약사회, 플랫폼 업계, 소비자·환자 단체 등 많은 이해당사자와 협의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를 받아도 되는 환자 범주, 허용 질환 종류, 비대면 진료의 제한 사유는 물론 시행 방법, 처방전 전송·약 전달 방식, 진료·처방·조제 수가 등을 논의해야 한다.

우선 플랫폼 업계는 재진만 비대면 진료로 허용한 법안이 통과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 자체 분석 결과, 플랫폼 이용자의 99%가 감기 등 경증 질환을 급히 진료받으려는 초진 환자였다. 업계는 재진으로 한정된다면 사실상 80%가량의 업체가 도산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기자간담회를 연 모습. (왼쪽부터) 김민승 솔닥 대표,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대표,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 임현정 헥토클리닉 대표, 이승준 메디르 이사, 임진석 굿닥 대표/원격의료산업협의회 제공

그러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비대면 진료를 초진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의협은 물론 의·약사 출신 의원들, 복지부도 안전성 우려 등을 이유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 수가에 대해서도 또 각계에 견해차가 있다. 현재 비대면 진료 수가는 기존 진찰료는 전화상담 관리료 30%를 더한 130%인데 의협은 대면 진찰료의 150%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오히려 병의원의 관리비가 덜 들 텐데, 수가를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쟁점이 많은 가운데 중요한 것은 비대면 진료 정책 추진 또는 중단에 있어 국민의 건강상 피해는 없어야 한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각계에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국민 4명 중 1명이 비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작금의 상황에 허용 여부를 놓고 찬반 논쟁을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연합회는 “국회는 초진 포함 여부, 의료수가 문제, 약 배송 허용 등에 대한 논의는 제도화 이후로 미루라”며 “지금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법적 근거를 신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