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류이치 사카모토 지음·양윤옥 옮김/298쪽·1만8000원·청미래
“한마디로 보잘것없는 사람.”
내용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담백하다. 저자를 수식하는 말 중 하나는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친 피아니스트’다. 그는 유치원에서 처음 피아노를 배웠다. 그때를 돌아보며 그는 “친구와 그 어머니들에게 등 떠밀려 시작했을 뿐 딱히 특별한 동기는 없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피아노 선생님이 작곡 공부를 권유했을 때에도 “도저히 못해요”라며 거절했다.
이 밖에도 저자에게 영향을 준 예술, 가족과 친구, 사랑 이야기가 이어진다. 배우로 먼저 참여했다가 불쑥 작곡 제안을 받았던 영화 ‘마지막 황제’(1986년) OST에 대한 비화, 미국 9·11테러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느꼈던 감정도 담겼다. 이제는 세상과 작별한 저자는 책의 끝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 행운과 풍요의 시간을 보내왔다고 생각한다.…(가족과 스승, 친구 등) 그들이 내게 부여해준 에너지의 총량은 내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 생각을 할 때마다 한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우주의 광대함을 엿본 듯한 신비한 감정에 휩싸인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