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학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실제로 뇌의 발달 구조 무너지기도 가해자에게 공개적으로 책임 묻고, 스스로의 상처 보듬을 수 있어야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제니퍼 프레이저 지음·정지호 옮김/512쪽·2만6000원·심심
저자는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의 이름을 용기 있게 부르라고 조언한다. 그것이 치유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끔찍한 학교 폭력을 당한 문동은(송혜교)이 성인이 돼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은 ‘더 글로리’에서 뜨거운 고데기로 지져져 온몸에 상처가 남은 문동은의 모습.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는 끔찍한 학교 폭력을 당한 소녀(문동은)가 성인이 돼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그렸다. 동은의 치밀한 계획으로 가해자 중 둘은 숨지고, 한 사람은 평생 말을 못 하게 됐으며, 나머지 둘도 모든 것을 잃고 법의 심판을 받는다. 이제 동은은 과거의 끔찍한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어릴 때 받은 뇌의 상처는 아동기는 물론이고 더 늦은 시기에도 정신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 피해자가 학대로 인한 충격을 자기 내부로 돌리면 우울증, 불안, 자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고, 바깥으로 돌리면 공격성, 충동성, 약물 남용, 과잉 행동, 태만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어릴 때 나타난 이런 파괴적인 행동을 가정, 학교 또는 사법 시스템에서 질책과 처벌로 다룰 경우 개인의 트라우마를 더 심화시킨다고 지적한다.
공자님 말씀이긴 하지만, 가해는 외부에서 비롯됐으나 치유에는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한 신경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해 “구멍이 아무리 크더라도 매일 자신에게 벽돌 몇 장을 건네주자”라고 말한다. 자신의 좋은 점에 집중하기, 타인을 보듬고 인정하기, 때로는 명상과 가벼운 운동도 괜찮다. 꾸준히 하다 보면 결국 어느 날에는 구멍이 모두 메워질 것이고, 끊어졌다고 생각했던 행복의 뇌 신경망도 모두 연결될 것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찬란한 아름다움(Glory)’은 그것이 아닐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