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삼성 반도체 적자 14년만, 경상수지 두달 연속 적자 11년만

입력 | 2023-04-08 00:00:00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6%가량 줄어든 것으로 발표된 7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사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95.8% 급감한 6000억 원에 그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계속된 반도체 혹한으로 반도체사업 부문이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업황 악화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 카드도 꺼냈다. 반도체 수출 부진의 여파로 2월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적자를 보이는 등 한국 경제의 먹구름도 짙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사업부별 세부 실적은 내놓지 않았지만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예상보다 부진해 반도체사업 부문이 3조∼4조 원대 적자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상보다 심각한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공식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가격 하락 속에서도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반도체 수출 부진에 한국 경제의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경상수지까지 흔들리고 있다. 2월 경상수지는 5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두 달 연속 적자는 2012년 1, 2월 이후 11년 만이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는 13억 달러 적자로, 5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다. 주력인 반도체 수출이 41.5% 감소하는 등 수출 부진의 여파가 컸다. 수출, 내수 동반 침체에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1% 성장도 위태롭다고 전망한다.

결국 위기를 넘을 해법은 한국의 미래 먹거리인 전략산업의 경쟁력 확보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하나만으론 부족하다. 특정 산업의 위기에 흔들리지 않도록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등 다양한 무기를 함께 갖춰야 한다. 개별 기업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가 차원의 전략과 외교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갈수록 심해지는 자국우선주의 기조 속에서 곳곳에 허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총동원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경쟁국을 견제하고 있다.

전략산업의 육성은 국가의 안보 및 생존과 직결된 핵심 과제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한 몸으로 움직여야 한다. 세제, 연구개발(R&D) 지원, 인재 양성, 규제 개선 등 전방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당장은 이달 말 미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필요하다.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과 관련해 미국의 까다로운 투자 요건을 완화할 수 있는 전략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