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독주 심화… “내년 총선 강남도 안심 못 한다”는 경고 잇따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뉴스1]
“4·3 기념일은 격이 낮은 기념일”
[자료 | 리얼미터]
당 지도부의 잇따른 ‘실언 논란’이 지지율 하락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3월 12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관한 주일예배에 참석해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수록을 반대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김 최고위원은 4월 4일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4·3 기념일은 (3·1절, 광복절 등 국격일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도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 대통령의 제주 4·3 추념식 불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앞서 태영호 최고위원 역시 관련 사안에 대해 “4·3 사건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는 자신의 과거 주장을 재확인하면서 논란을 더했다.
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 ‘민생 119’ 위원장인 조수진 최고위원 역시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을 제안했다가 당 안팎에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지도부 출범 한 달 만에 최고위원 과반이 논란을 겪은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최고위원들의 지원사격이 도리어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당내 위기론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국면 전환을 위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총선 차출론’도 제기되고 있다.
실언 논란이 반복되자 홍준표 대구시장이 “살피고 엿보는 판사식 당 운영으로는 당을 역동적으로 끌고 갈 수 없다”고 조언했지만 도리어 당내 갈등만 깊어졌다. 김기현 대표가 4월 3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은 거기에 더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다. 김 대표는 홍 시장과 설전에 대해 “별로 바람직하지도 않고, 앞으로 계속돼서도 안 될 일”이라고 평가했다.
홍 시장은 “전 목사에게 발목 잡힌 당도 아닌데, 저렇게 방약무인하게 욕설을 쏟아내도 그에겐 한마디 말도 못 하고 오히려 ‘너는 지방일만 잘하라’고 나를 질타했다”며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스스로 추켜세웠으니 그 밑에서 잘해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2019년 전 목사가 주도한 집회 연설에서 그를 기독교 선지자 이사야에 비유한 바 있다.
“연포탕에 낙지가 없다”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은 전당대회 때부터 예고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당대회를 ‘당심 100% 룰’에 따라 치르면서 비윤석열(비윤)계가 전멸했고, 당내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민심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김 대표 선출 후 ‘연포탕에 낙지가 없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친윤계 독주 현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3월 8일 당대표 당선 직후 “안철수, 황교안, 천하람 후보 모두 잘 모시고 연대·포용·탕평, 연포탕 대통합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이후 행보는 그렇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임명하는 등 정책위의장, 전략기획·조직부총장, 대변인, 여의도연구원장 등 핵심 당직을 모두 친윤계로 꾸린 것이다. 논란이 일자 김 대표 측에서 “당의 대다수가 친윤계라 연포탕이 어렵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관리자형 인물’인 점 역시 한계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김대현 시사평론가는 “김 대표는 스타플레이어보다 관리자형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고, 용산 대통령실이 주요 사안에 대해 방향성을 정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해 김기현만의 정치를 하리라는 기대 자체가 적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당 안팎에서는 총선을 1년가량 앞둔 시기인 만큼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4월 6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있었던 재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아무리 기초의원 선거라지만 울산 남구에서 보수 후보가 일대일 구도에서도 패한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PK(부산·경남)에서 이렇게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면 수도권에서는 강남도 안심 못 한다는 얘기”라고 경고했다. 채 교수 역시 “MZ세대와 중도층으로 확장이 어려워질 경우 총선 승리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